예술이 스스로를 설명할 때: 자기-정의(self-definition)
1. 예술이 자기 자신을 의식하고, 그 재료와 형식을 드러내는 방식니체(Friedrich Nietzsche)가 말한 “투명한 단단함(luminous con- creteness)"은 모순처럼 들리지만 사실 아주 시적인 말이다. 투명하다는 건 안이 훤히 들여다보인다는 뜻이고, 단단하다는 건 물리적으로, 감각적으로 두드러진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즉, 이건 보기에는 안 보이는 것 같지만, 아주 구체적이고 감각적인 물질성으로 거기에 존재한다는 뜻이다. 예를 들면 이렇다. 유리창은 투명해서 그 너머를 보여주지만, 닦으면 뽀드득, 두드리면 똑똑 소리가 나는 단단한 물질이다. 회화도 마찬가지이다. 그림은 어떤 풍경이나 사람을 보여주려고 하지만, 그 자체로 물감, 붓질, 캔버스의 물성이 보이게 된다. ‘투명하게’ 무..
2025. 7. 18.
자연의 문장: 한국 생태 문학
1. 한국 생태 문학의 숨결여름이 지나고 가을이 올 때, 바람은 자주 말을 건넨다. “지금 이 나무는, 누구도 듣지 못해도 쉭쉭, 문 열듯 얘기하고 있어.” 그 바람 소리가 문장으로 흐르던 시대가 있었다. 한국 문학에서 자연은 그저 배경이 아니었다. 그것은 인물이었고, 대화 상대였으며, 때로는 가해자, 때로는 피해자, 그리고 늘 증언자였다. 1990년대 들어 문학은 나무, 강, 들판에게도 시선을 주었다. 전에는 보지 못했던 작은 풀, 고요히 떨리는 풀잎의 초록 말… 문장은 그걸 듣기 위해 고개를 숙였다. 자연의 목소리가 문학을 흐르게 했지만, 그 속엔 안타까움과 위기의 울림도 있었다. 강이 오염되고, 숲이 꺾이고, 바람이 멈출 때… 작가들은 그 말없는 고통을 문장에 담았다.2. 상징과 비유생태 문학은 대..
2025. 7. 1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