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한 문장의 역사 - 한문학 다시 읽기
1. 한문학, 말을 넘는 글의 세계먼지 낀 책장이 사르륵, 소리 내며 열린다. 검고 고요한 먹빛이 바람처럼 스며드는 순간, 우리는 과거의 문장을 오늘처럼 읽는다. 한문학은 ‘한자로 쓰인 문학’이다. 말은 한국어인데, 글은 중국의 문자를 썼다. 이 모순처럼 들리는 조합 속에 한국 사람들의 고집스러운 감정과 생각이 오롯이 담겨 있다. 붓을 들고, 마음을 다듬어 문장을 짓던 이들의 세계는 마치 고요한 연못에 돌 하나를 툭, 던지는 느낌이었다. 파문이 넓게, 천천히 퍼진다. 이런 문학 형식은 고려와 조선 시대를 거치며 꽃을 피웠다. 산문으로는 기, 서, 표, 전 같은 형식이 있고, 운문으로는 시가 있었다. 대표적으로 율시(律詩)라는 형식은 여덟 줄로 이루어진 정갈한 시였고, 고시(古詩)는 좀 더 자유로운 형식..
2025. 6. 1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