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154 우리가 과거로 돌아가는 순간: 플래시백(flashback) 1. 플래시백(flashback)“플래시백(flashback)”은 영화나 소설, 심지어 우리의 기억 속에서도 종종 발생하는 장면이다. 말 그대로 번쩍 하고 되돌아가는 순간이다. 플래시백은 단순한 회상이 아닌 어떤 순간에 시간의 문이 잠깐 열리고, 그때의 공기와 냄새와 감정이 고스란히 쏟아져 나오는 사건이나 다름없다.플래시백은 현재의 시간 흐름을 잠시 멈추고, 과거의 특정 사건이나 기억을 삽입하는 서술 기법이기도 하다. 영화에서는 화면이 흔들리거나 색감이 바뀌기도 하고, 문학에서는 문장이 과거 시제로 이동하면서 사건의 결정적인 부분들이 드러나기도 한다. 어쩌면 플래시백은 삶이 우리에게 건네는 편지 같은 것인지도 모른다. 읽는 순간엔 미처 몰랐던 것들이 그 순간이 지난 후 다시 떠오를 때에는 비로소 제 뜻을.. 2025. 8. 13. 화면 뒤에 누가 있는가? -비디오적 현존(video presence) 1. 비디오적 현존(video presence)“비디오적 현존(video presence)”은 한마디로 말하면, 보이는 것, 지금 거기에 있는 것처럼 느껴지지만 사실은 매개된 것을 말한다.우리가 화면 속 사람을 마치 눈앞에 있는 것처럼 느끼는 감각이다. 하지만, 실은 비물질적인 신호들이 눈을 속이고 있는 것이다. 쉽게 말해보면 이렇다.TV를 켜고 뉴스를 본다. 앵커가 또렷이 말한다. 그의 목소리는 나를 뚫고 들어오고, 눈은 카메라를 통해 나를 정면으로 바라보는 것 같다. 하지만 그 사람은 어디에도 없다. 거기 있는 것 같지만, 어디에도 없는 것 같은 이 감각, 이게 바로 비디오적 현존이라 할 수 있다.2. 왜 “현존(presence)“이라는 말을 쓸까?현존이라는 말은 철학적으로 중요한 단어이다. ‘내 앞.. 2025. 8. 11. 의미는 고정되어 있지 않다: 차연(différance) 1. 차연(différance)“차연(différance)”은 자크 데리다(Jacques Derrida)가 만들어낸 가장 유명하고도 난해한 개념이다. 복잡한 말로 쓰이지만, 실제로는 언어, 의미, 시간, 부재, 욕망 등을 하나의 흐름처럼 엮어내는 개념이다. 간단히 말하면 의미는 고정되어 있지 않고 늘 미뤄지고 또 다른 의미와 차이 속에서만 생긴다는 것이다. “차연”이라는 말은 프랑스어 différer에서 왔다. 이 단어는 두 가지 뜻을 동시에 가진다. 다르다(to differ)와 늦추다, 미루다 (to defer)이다. 데리다는 이 두 의미를 동시에 담고 있는 단어를 만들고 싶어서, 기존 단어 différence의 e를 a로 바꿔서 différance라고 썼다고 한다.프랑스어에선 이 둘을 소리로는 구분할.. 2025. 8. 5. "사진은 다른 이미지와 무엇이 다를까?" -롤랑 바르트(Roland Barthes)의 노에마(noèma) 1. 노에마(Noèma)란?롤랑 바르트(Roland Barthes)의 노에마(noèma) 개념은 그가 직접 만든 것이 아니라, 사실은 에드문트 후설(Edmund Husserl)의 현상학에서 나온 철학적 개념이다. 바르트는 이 개념을 사진론, 특히 그의 책 《밝은 방(La Chambre claire)》에서 사진의 본질을 설명하기 위해 철학에서 빌려다 쓴 것이다.노에마(Noèma)란 후설이 만든 말로, 우리가 무언가를 ‘의식’할 때, 그 대상이 의식 속에 나타나는 방식을 뜻한다. 예를 들어 “나는 사과를 본다.”했을 때, 이때 실제 사과는 물리적 대상이고, 내 머릿속에 나타나는 ‘사과’ 즉, 내가 인식한 사과의 의미가 바로 노에마이다.그러니까 노에마란 내가 대상을 의식 속에서 떠올릴 때의 그 방식 혹은 의미.. 2025. 7. 31. "예술은 여전히 ‘진짜’일 수 있을까?” -발터 벤야민(Walter Benjamin) 1. 기술복제 시대의 예술작품발터 벤야민(Walter Benjamin)의 『기술복제 시대의 예술작품(The Work of Art in the Age of Mechanical Reproduction)』은 20세기 예술 이론의 핵심 고전 중 하나이다. 이 글은 1936년에 쓰였고, 사진과 영화 같은 기계 기술로 복제된 예술이 기존 예술의 본질과 사회적 역할을 어떻게 바꾸는지를 설명한다.“사진, 영화 같은 기술로 복제된 예술은 전통적인 그림이나 조각, 회화와 어떻게 다를까?” 혹은 “복제가 쉬워진 시대에 예술은 여전히 ‘진짜’ 일 수 있을까?” 같은 질문에서 출발한 생각이었을 거라고 짐작한다.2. 아우라(Aura)의 붕괴벤야민이 말하는 가장 유명한 개념이 바로 “아우라”이다. 전통 예술작품은 오직 하나뿐인 원.. 2025. 7. 30. "내가 말한 것이 정말 나의 말인가?": 카벨 오토마티즘(Cavellian Automatism) 1. 스탠리 카벨(1926–2018)카벨 오토마티즘(Cavellian Automatism)은 조금 복잡하고도 흥미로운 개념이다. 이 개념을 설명하려면 먼저 미국의 철학자이자 영화·문학 비평가였던 *스탠리 카벨(Stanley Cavell)**이라는 철학자부터 소개해야 한다. 카벨은 일상적 언어, 자기표현, 회의주의, 예술의 조건 등을 탐구한 인물이다. 그의 철학은 “우리는 서로를 이해할 수 있는가?” “우리는 말한 것에 대해 책임질 수 있는가?” 같은 질문들에 머무르지 않고, “우리는 언제 정말로 말하고 있는가?” “내가 한 말이 내가 한 말이 되기 위해 필요한 조건은 무엇인가?”라는 지점으로 나아간다.2. 오토마티즘(automatism)일반적으로 오토마티즘은 의식적 통제 없이 자동적으로 생성되는 예술적 .. 2025. 7. 29. 이전 1 2 3 4 5 ··· 26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