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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대(hospitalité)로서의 주체성 -레비나스

by Godot82 2025. 9.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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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비나스-환대-hospitalité-주체성
레비나스 _환대(hospitalité)로서의 주체성

 

1. 환대(hospitalité)로서의 주체성

레비나스는 주체를 자기완결적인 존재가 아니라, 타자를 맞아들이는 자리로 본다. 여기서 ‘환대’는 단순한 친절이 아니라, 타자가 내 안으로 들어올 수 있도록 나 자신을 개방하는 존재 방식을 의미한다. 레비나스가 말하는 주체성은 타자에게 응답하는 책임 속에서 형성되는 것이다.

2. 데카르트의 무한 개념

레비나스는 데카르트의 무한 개념을 참조한다. 무한이란, 결코 내 의식이 ‘다 담아버릴 수 없는 것’ 즉 타자의 초월성을 가리키는 것이다. 무한의 이념은, 내가 타자를 완전히 ‘앎’이나 ‘개념’으로 흡수할 수 없음을 전제하고 있다. 따라서 주체성은 타자와의 불일치, 쉽게 말해서 내가 결코 닿을 수 없는 간극 속에서만 성립한다. 이 간극을 긍정하고 타자를 받아들이는 것이 환대이며, 그것이 주체성의 완성인 것이다.

3. 후설과의 차이

후설이 의식을 ‘대상을 향한 지향성’으로 설명했다면, 레비나스는 의식이 지향하기 전에 이미 "무한(타자)"과 맞닥뜨려 있다는 점을 강조한다. 주체는 이 무한을 닫아버리는 것이 아니라, 열어둔 채 환대하는 존재라는 것이다. 주체는 스스로를 닫아 완결하는 존재가 아니라, 타자를 맞이하고 받아들이는 개방성으로 이해해야 한다.

 

그리고 ‘환대’는 타자를 배려하는 친절 차원이 아니라, 타자에게 열려 있는 근본적인 존재 방식이다. 후설이 의식은 항상 무언가를 향하는 지향성이라며 대상과 일치 가능성을 이야기할 때, 레비나스는 의식은 지향성 이전에 이미 무한이라는 일치 불가능한 타자와 맞닥뜨려 있음을 말한다.

4. 타자의 초월성

모든 인식과 지향성은 이미 무한의 전제를 안고 있고 주체는 타자와의 간극을 유지한 채 그 간극 속에서 타자를 환대하는 존재라는 것이다. 쉽게 말해서 레비나스가 말하는 "타자의 초월성"이란 타자는 내가 결코 완전히 이해하거나 흡수할 수 없는 존재라는 뜻이다. 초월이란, 내 경험과 사유를 넘어선다는 의미다

레비나스에게 "타자(他者)"는 단순히 ‘다른 사람’이 아니라, 내가 아무리 분석하고 설명해도 남겨진 여분이 있는 존재이다. 타자는 나의 인식 틀, 가치관, 언어로 완전히 환원(reduce) 되지 않는다. 예를 들어, 내가 친구를 잘 안다고 생각해도, 그 사람의 고유한 내면·경험·미래 가능성은  나의 이해 밖에 남아있는 것이다.

 

타자의 초월성이란, 타자가 나의 사고·언어·세계관으로 완전히 환원되지 않고, 항상 그 밖에 남아 있는 무한한 차원을 가진다는 의미이다. 타자는 ‘내가 붙잡을 수 없는 여분’을 가진 존재이기에, 나는 그 앞에서 멈추고 경청해야 한다는 게 레비나스의 윤리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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