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체 글193 자기이론(Auto-theory)이라는 새로운 항해 1. 이론은 차갑고, 삶은 뜨겁다: 자기 이론(Auto-theory)의 탄생오늘 이야기하고 싶은 주제는 바로 **자기이론(Auto-theory)**이다. 이것은 단순히 일기를 쓰는 것도, 딱딱한 논문을 쓰는 것도 아니다. 나의 살과 피가 섞인 삶의 경험 속에 철학적 사유를 정박시키는 일, 즉 '나'라는 텍스트를 통해 세상을 읽어내는 새로운 예술적·학술적 수행이다. 우리는 흔히 '이론'이라고 하면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그래서 나와는 거리가 먼 어떤 거대한 체계를 떠올린다. 하지만 **자기 이론(Auto-theory)**은 이 거리감을 단숨에 좁혀버린다. 자기 이론은 자기(Auto)와 이론(Theory)의 합성어이다. 개인적인 자서전적 경험과 추상적인 비평 이론, 철학, 사회학적 담론을 결합하여 새로운 형태.. 2026. 1. 21. 도시의 유령 혹은 관찰자: 플라뇌르가 걷는 법 1. 거북이를 산책시키던 사람들: 플라뇌르의 탄생비가 내린 뒤의 보도블록 위로 도시의 네온사인이 번지는 밤을 좋아한다. 목적지 없이 걷다 보면 문득 내가 이 거대한 유기체의 일부라는 사실과, 동시에 철저한 타자라는 사실을 동시에 깨닫는다. 20여 년간 사회학과 예술의 경계에서 길을 잃고 다시 찾기를 반복하며 내가 가장 매료되었던 인물상은 바로 **플라뇌르(Flâneur)**다. 프랑스어로 ‘산책자’ 혹은 ‘한가로이 거니는 사람’을 뜻하는 이 단어는 단순히 걷는 행위를 넘어, 근대성의 한복판에서 예술적 영감을 길어 올리는 특별한 태도를 의미한다. 19세기 파리의 거리에서 태어난 이 존재는 오늘날의 우리에게 어떤 의미일까. 플라뇌르는 프랑스어로 ‘산책자’, ‘한가로이 거니는 사람’을 뜻한다. 단순히 목적지 .. 2026. 1. 19. 살얼음판 위에서의 농담: 부조리한 세상에 날리는 쓴웃음, 블랙코미디 1. '블랙코미디(Black Comedy): 금기를 건드리는 불편한 웃음겨울바람이 매섭다. 세상이 돌아가는 꼴을 보고 있으면, 가끔은 너무 어처구니가 없어서 헛웃음이 나올 때가 있다. 뉴스는 비극적인 사건들을 건조하게 나열하고, 사람들은 각자의 고통을 안고 지하철에 몸을 싣는다. 이 팍팍하고 때로는 잔혹한 현실 속에서, 우리는 어떻게 제정신을 유지하며 살아가는가. 나는 그 답 중 하나가 '웃음', 그것도 아주 쓰고 어두운 웃음에 있다고 생각한다. 바로 '블랙코미디(Black Comedy)'다. 블랙코미디란 무엇인가. 사전적으로는 '죽음, 질병, 전쟁, 범죄 등 일반적으로 심각하거나 비극적인 소재를 유머와 풍자의 대상으로 삼는 코미디 장르'를 뜻한다. 쉽게 말해, 웃으면 안 되는 상황에서 터져 나오는 .. 2026. 1. 16. 별것 아닌 것들의 고고학: 우리 삶이 아카이브가 되는 순간 1. 아카이브(Archive) 별것 아닌 것들의 고고학: 우리 삶이 아카이브가 되는 순간창밖으로 겨울 해가 낮게 깔린다. 책상 위에는 읽다 만 영시 집과 정리가 안 된 사진 몇 장, 그리고 미지근해진 커피 한 잔이 놓여 있다. 세상을 관찰하며 깨달은 것은, 세상은 거대한 도서관이라기보다 차라리 누군가 급하게 떠나며 남긴 '어질러진 방'에 가깝다는 사실이다. 흔히 사람들은 '아카이브(Archive)'라는 단어를 들으면 국가 기록원이나 박물관의 먼지 쌓인 수납장을 떠올리곤 한다. 하지만 아카이브는 생각보다 훨씬 가깝고, 건조하며, 때로는 뜨거운 것이다. 그것은 당신의 서랍 속에 있는, 버리지 못한 영수증 뭉치 같은 것이다. 혹은 헤어진 연인이 남기고 간 오래된 티셔츠 같은 것이다. 별거 아닌 것 같지만, 그.. 2026. 1. 14. 털이 말을 걸 때: 퍼리 (Furry) 1. 퍼리 (furry)우리는 왜 동물에게 말을 걸고 싶어질까. 왜 어떤 사람들은 동물이 인간처럼 서 있고, 말하고, 웃는 그림 앞에서 설명할 수 없는 안도감을 느낄까. 퍼리(furry)는 바로 그 질문에서 시작된다. 퍼리는 간단히 말해 동물적 외형과 인간적 성격이 결합된 존재를 좋아하거나, 그 세계관을 향유하는 문화다. 흔히 “동물 옷을 입는 사람들”로 오해되지만, 그건 퍼리 문화의 아주 작은 일부다. 조금 더 풀어 말하면 이렇다. 우리가 미키 마우스를 볼 때, 그는 쥐이지만 동시에 사람이다. 톰과 제리는 고양이와 쥐지만, 인간보다 더 인간적인 감정 싸움을 한다. 이처럼 동물의 몸을 빌려 인간의 감정과 사회를 이야기하는 방식, 그것이 퍼리의 핵심이다. 중요한 점은, 퍼리는 성적 취향이 아니라 상상력의 .. 2026. 1. 12. 당신의 약함을 사랑할 준비가 되었는가? 요하나 헤드바 (Johanna Hedva) 1. 요하나 헤드바 (Johanna Hedva)그녀를 설명하는 일은 어쩌면 창밖의 안개를 설명하는 일과 비슷할지 모른다. 손에 잡히지 않지만, 분명히 살결을 적시는 것들. 그녀는 한국계 미국인이고, 예술가이며, 점성술사이고, 무엇보다 '아픈 여자'이다. 헤드바는 1984년 로스앤젤레스에서 태어났다. 햇볕이 너무 강해 모든 것이 평평해 보이는 도시. 그녀의 아버지는 백인이었고 어머니는 한국인이었다. 하지만 이 문장만으로는 그녀의 배경을 다 설명할 수 없다. 그녀의 가족사는 마치 겹겹이 쌓인 퇴적층 같다. 그녀의 할머니는 한국 무속 신앙에 깊이 닿아 있던 분이었다. 사회학에서는 이를 '문화적 자본'이라 부르지만, 일상의 언어로 말하자면 그것은 '신비한 기운이 흐르는 부엌' 같은 것이다. 된장찌개 냄새와 향.. 2026. 1. 9. 이전 1 2 3 4 ··· 33 다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