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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해고도(A Lonely Island in the Distant Sea): 너라는 섬에 가고 싶다 1. 절해고도(A Lonely Island in the Distant Sea)누군가는 멀어지고, 누군가는 홀로 서게 되며, 타인과의 관계 안에서 자기 존재가 어쩐지 외딴섬처럼 느껴질 때가 많은 시대를 살고 있다. 이 영화는 그런 시대에서 느끼는 고립감과 거리감, 그리고 그 안에서의 재생과 관계를 조용히 탐구하는 영화다. 사실상 중년의 삶, 부녀 관계, 예술인으로서의 자아, 출가와 선택, 그리고 타인과의 거리라는 키워드들을 겹치며 천천히 울림을 만들어 간다. 2. 줄거리윤철은 한때 젊은 조각가로 기대를 받았지만, 이혼 이후 생계 잇기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그의 딸인 지나는 아버지의 피를 이어받은 듯 미술적 재능을 보이지만, 미대를 준비하다 말고 출가를 선언해 스님이 되는 삶을 택한다. 대학 강사인 영지와.. 2025. 10. 24.
성적표의 김민영(Kim Min-young of the Report Card): 함께 있을 때, 우린 아무것도 두려울 것이 없었다! 1. 성적표의 김민영 (Kim Min-young of the Report Card)공동 연출을 맡은 이재은 감독과 임지선 감독은 둘 다 단편을 통해 이미 감수성과 디테일 있는 인물 간 관계에서 주목을 받아왔고, 이 작품으로 장편 데뷔를 훌륭하게 해냈다. 이 영화는 졸업 이후, 전국 각지로 흩어진 청춘들이 자기 자신과 서로의 거리감을 불편하게 느끼며, “우리 정말 영원할까?”라는 질문을 속으로 던지는 시간들을 그린다. 2. 줄거리정희와 민영 그리고 수산나는 고등학교 시절을 함께 하며 서로의 일상을 나누는 친구가 된다. 어느덧 그들 역시 졸업을 맞게 되고 세 사람은 각자의 길로 흩어진다. 민영은 대학에 입학하고, 수산나는 유학을 가고, 정희는 아르바이트하며 지내게 된다. 이제 그들은 자주 만나진 못하지만,.. 2025. 10. 22.
괴인 (A Wild Roomer): 우리는 모두 괴물이다 1. 괴인 (A Wild Roomer)괴인은 기이한 사람이다. 우리는 누군가에게 괴인이 될 수도 있지만, 자신이 스스로를 괴인이라고 느낄 수는 없는 경계 그 사이 어디쯤을 서성거리는 존재다. 팬데믹 후 우리는 일상에서 여러 균열을 목격했다. 지연되고, 어긋나고, 기대와 현실이 달라지는 것을 보며 균열들이 얼마나 쉽게 일상에 침투하는가를 보여주는 영화다.2. 줄거리주인공은 작은 인테리어 공사 일을 하며 일상을 꾸려가는 인물이다. 그러던 어느 날, 자신이 세워 둔 차 지붕이 찌그러진 걸 보게 된다. 공사 중이던 장소 앞에 세워둔 차였고, 그 위로 누군가 뛰어내렸다는 소문을 듣게 된다. 집주인은 범인을 찾자며 주인공을 부추기고 주인공은 혼란에 빠지기 시작한다. 차 지붕이 찌그러진 사건 이후 주인공의 일상에.. 2025. 10. 20.
다섯 번째 흉추 (The Fifth Thoracic Vertebra) :버려진 침대에서 피어나는 기억 1. 다섯 번째 흉추_The Fifth Thoracic Vertebra"다섯 번째 흉추"는 시대의 불안, 폐허와 잔재 그리고 그 속에서 인간이 어떻게 살아남는가를 묻는 영화다. 영화는 호러와 괴생명체의 몸, 감정의 외피가 뒤틀리는 초현실적 풍경이 혼합돼 있다. 관계 뒤에 남은 말과 상처, 약속과 저주 같은 묵직한 무게를 보여주기도 한다. 그렇게 영화는 기묘하고도 아름다운 풍경을 보여준다.2. 줄거리버려진 침대에서 곰팡이가 피어난다. 이 침대는 관계가 끝난 후 남은 것들 가령 버리기 힘든 것들, 말로 다 못한 감정들, 저주, 약속 희망 혹은 절망의 파편들의 숙주가 되어 어느 순간, 곰팡이에서 괴생명체가 태어난다. 이 생명체는 단순히 곰팡이로만 머무는 것이 아니라 "다섯 번째 흉추"를 먹는 존재다. 흉추.. 2025. 10. 17.
너와 나(The Dream Songs): 끝내 전하지 못한 마음들 1. 너와 나"너와 나"는 조현철 감독의 첫 장편 영화다. 이 영화는 고등학생 시절의 생생한 하루를 통해 서로에게 전하고 싶었지만 끝내 전하지 못한 마음들과 사회적 상처를 은유적으로 품고 있다. 감독은 사회적 사건과 개인적인 경험이 남긴 질문들로부터 이 이야기를 시작했다고 한다.2. 줄거리세미와 하은은 수학여행을 하루 앞두고 서로에게 전하고 싶은 마음이 있지만, 말하지 못한 상태다. 세미는 낮잠을 자다가 불길을 꿈을 꾸고 깨어난다. 하은은 자전거 사고로 다리를 다쳤고 세미는 그런 하은을 찾아가려 한다. 그 과정에서 두 사람 사이의 관계와 말과 침묵 등 꿈결 같은 환상적인 하루가 펼쳐진다. 이 영화의 줄거리는 단순히 요약할 수 없다. 꿈과 기억 혹은 환상 같은 요소들이 흩어져 있고, 현실과 몽환이 혼합되는.. 2025. 10. 15.
사랑의 고고학(Archaeology of Love)2022: 사랑과 유물 1. 사랑의 고고학 (Archaeology of Love) 2022디지털 소통이 아무리 대세가 되었다지만, 인간 간 감정적 거리감이나 갈등 또는 상처는 오히려 더 뚜렷해졌다. 관계의 지속 가능성에 대한 고민이 더 많아진 아니, 여전한 시대를 살고 있는 것이다. 이 영화는 그 변하지 않는 문제에 다시금 질문을 던진다. "관계란 무엇인가." "관계에서 무엇을 약속할 수 있는가" 조용하지만, 계속 던져야 할 물음이다.2. 줄거리짧은 시간에 사랑에 빠진 두 인물, 영실과 인식이 있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인식은 집착적인 태도를 보이게 되고, 영실은 인식의 기대와 요구 사이에서 흔들린다. 원만하지 않았던 관계는 결국 끝이 나고 둘은 헤어진다. 그러나 헤어진 이후에도 일정한 연락이 오가고, 마음 속 유물처럼 남.. 2025. 10. 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