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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건이 없는 미술관의 당혹감: 티노 세갈(Tino Sehgal) 1. 물건이 없는 미술관의 당혹감: 티노 세갈(Tino Sehgal)티노 세갈은 1976년 영국 런던에서 태어났지만, 주로 독일 베를린을 중심으로 활동하는 작가다. 그의 이력을 보면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예술가의 길과는 조금 다르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는 대학에서 **정치경제학(Political Economy)**과 **무용(Conceptual Dance)**을 전공했다. 전혀 어울리지 않을 것 같은 이 두 학문의 만남이 바로 세갈 예술의 뿌리다. 현대 사회는 무언가를 끊임없이 생산하고 소유하는 '물질주의' 위에 세워져 있다. 미술 시장 역시 작품이라는 '물건'이 거래되는 거대한 유통망이다. 하지만 티노 세갈은 이 견고한 시스템에 균열을 낸다. 그는 자신의 작업을 **비물질성(Immateriality.. 2026. 1. 28.
모든 인간은 ‘여성’이라는 파격: 안드레아 롱 추(Andrea Long Chu)의 《피메일스Females》 1. 안드레아 롱 추(Andrea Long Chu)의 《피메일스 Females》안드레아 롱 추가 말하는 ‘여성(Female)’은 우리가 흔히 아는 생물학적 성별(Sex)이나 사회적 성별(Gender)의 카테고리를 훌쩍 넘어선다. 그녀에게 여성성이란 하나의 존재론적(Ontological) 위치다. 이 책은 단순히 페미니즘 이론서가 아니다. 그것은 존재의 심연을 들여다보는 거울이자, 우리가 알고 있다고 믿었던 ‘여성성’과 ‘욕망’의 구조를 해체하는 날카로운 수술칼이다. 안드레아 롱 추가 던지는 메시지는 간결하면서도 충격적이다. “모든 사람은 여성이다. 그리고 대개는 그 사실을 싫어한다.” 이 도발적인 문장에서 시작되는 긴 여정을 함께 따라가 보자. 추의 이론에서 ‘여성’이란 **“타자의 욕망을 위한 그릇이.. 2026. 1. 26.
몸이라는 무대 위에서 벌어지는 섭식 장애(Eating Disorder)의 인문학 1. 통제라는 이름의 예술: 신경성 식욕부진증거식증으로 흔히 알려진 **신경성 식욕부진증(Anorexia Nervosa)**은 현대 사회에서 가장 가혹한 형태의 자아 지배다. 우리 시대의 몸이 더 이상 생물학적 유기체가 아니라 하나의 '전시물'이자 '수행의 장'이 되었다. 특히 **섭식 장애(Eating Disorder)**는 그 수행이 가장 비극적이고 치열하게 일어나는 지점이다. 이것은 단순히 '적게 먹거나 많이 먹는 문제'가 아니다. 이것은 무너져가는 자아를 붙들기 위해 자신의 신체를 조각하려는, 슬프고도 처절한 의사소통의 방식이다. 신경성 식욕부진증(Anorexia Nervosa)은 체중 증가에 대한 극심한 공포를 느끼며, 비정상적으로 낮은 체중을 유지하려는 상태다. 자신의 체중이나 체형을 인식하는.. 2026. 1. 23.
자기이론(Auto-theory)이라는 새로운 항해 1. 이론은 차갑고, 삶은 뜨겁다: 자기 이론(Auto-theory)의 탄생오늘 이야기하고 싶은 주제는 바로 **자기이론(Auto-theory)**이다. 이것은 단순히 일기를 쓰는 것도, 딱딱한 논문을 쓰는 것도 아니다. 나의 살과 피가 섞인 삶의 경험 속에 철학적 사유를 정박시키는 일, 즉 '나'라는 텍스트를 통해 세상을 읽어내는 새로운 예술적·학술적 수행이다. 우리는 흔히 '이론'이라고 하면 객관적이고 중립적인, 그래서 나와는 거리가 먼 어떤 거대한 체계를 떠올린다. 하지만 **자기 이론(Auto-theory)**은 이 거리감을 단숨에 좁혀버린다. 자기 이론은 자기(Auto)와 이론(Theory)의 합성어이다. 개인적인 자서전적 경험과 추상적인 비평 이론, 철학, 사회학적 담론을 결합하여 새로운 형태.. 2026. 1. 21.
도시의 유령 혹은 관찰자: 플라뇌르가 걷는 법 1. 거북이를 산책시키던 사람들: 플라뇌르의 탄생비가 내린 뒤의 보도블록 위로 도시의 네온사인이 번지는 밤을 좋아한다. 목적지 없이 걷다 보면 문득 내가 이 거대한 유기체의 일부라는 사실과, 동시에 철저한 타자라는 사실을 동시에 깨닫는다. 20여 년간 사회학과 예술의 경계에서 길을 잃고 다시 찾기를 반복하며 내가 가장 매료되었던 인물상은 바로 **플라뇌르(Flâneur)**다. 프랑스어로 ‘산책자’ 혹은 ‘한가로이 거니는 사람’을 뜻하는 이 단어는 단순히 걷는 행위를 넘어, 근대성의 한복판에서 예술적 영감을 길어 올리는 특별한 태도를 의미한다. 19세기 파리의 거리에서 태어난 이 존재는 오늘날의 우리에게 어떤 의미일까. 플라뇌르는 프랑스어로 ‘산책자’, ‘한가로이 거니는 사람’을 뜻한다. 단순히 목적지 .. 2026. 1. 19.
살얼음판 위에서의 농담: 부조리한 세상에 날리는 쓴웃음, 블랙코미디 1. '블랙코미디(Black Comedy): 금기를 건드리는 불편한 웃음겨울바람이 매섭다. 세상이 돌아가는 꼴을 보고 있으면, 가끔은 너무 어처구니가 없어서 헛웃음이 나올 때가 있다. 뉴스는 비극적인 사건들을 건조하게 나열하고, 사람들은 각자의 고통을 안고 지하철에 몸을 싣는다. 이 팍팍하고 때로는 잔혹한 현실 속에서, 우리는 어떻게 제정신을 유지하며 살아가는가. 나는 그 답 중 하나가 '웃음', 그것도 아주 쓰고 어두운 웃음에 있다고 생각한다. 바로 '블랙코미디(Black Comedy)'다. 블랙코미디란 무엇인가. 사전적으로는 '죽음, 질병, 전쟁, 범죄 등 일반적으로 심각하거나 비극적인 소재를 유머와 풍자의 대상으로 삼는 코미디 장르'를 뜻한다. 쉽게 말해, 웃으면 안 되는 상황에서 터져 나오는 .. 2026. 1. 1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