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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에는 덥고 밤에는 춥고 (Hot in Day, Cold at Night, 2021): 너와 나의 온도

by Godot82 2025. 10.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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낮에는 덥고 밤에는 춥고-Hot in Day, Cold at Night
낮에는 덥고 밤에는 춥고-Hot in Day, Cold at Night

 

1. 낮에는 덥고 밤에는 춥고 (Hot in Day, Cold at Night)

"낮에는 덥고 밤에는 춥고"라는 제목은 단순한 날씨 묘사 이상을 말한다. 낮의 더위는 일상에서 견디는 삶의 긴장감, 밤의 추위는 삶이 놓인 빈 공간 혹은 외로움의 온도처럼 다가오는 감각이다. 하루하루 살아가는 것 자체가 버티기처럼 느껴지는 시대에 놓여 일자리 불안정, 소비 압박, 관계의 빈도와 기대 사이의 간극 등 삶을 흔드는 요인들을 무대 위로 조용히 올려놓는 작품이다.

2. 줄거리

영태와 정희는 부부다. 영태는 일용직을 전전하며 하루하루를 버틴다. 정희 또한 살림을 책임지며 여러 아르바이트를 거치고 그럼에도 쪼들리는 살림 사이에서 긴장감을 느낀다. 그러던 어느 날, 정희 어머니의 생일이 다가오고 다른 형제들은 선물로 돈을 가져온 가운데 영태와 정희 부부만 선물을 준비하지 못했다. 

 

결국 선물 없는 생일 파티를 치르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묶었던 날 선 감정들이 서로를 향해 튀어나온다.  영화는 이런 작은 사건들을 하나하나 쌓아가며 관계를 흔든다. 

3. 인물

영태는 집의 남편이자 생계의 부담을 어깨에 건 사람이다. 그는 “나는 책임을 다해야 한다”는 내부 명령과 “나는 자원도 기회도 부족하다”는 현실 사이에서 흔들린다. 어느 순간엔 분노를, 어느 순간엔 체념을, 또 어느 순간엔 미안함을 품고 일상을 살아간다. 그는 이상 자아(ideal ego)가 요구하는 책임감과 자아(ego)가 감당할 수 있는 현실 사이에서 긴장을 겪는 인물이다.

정희는 영태의 아내이자 가정을 지탱하는 사람이다. 하지만 그녀도 독립적인 존재이고, 자기 감정과 욕망이 있다. 어머니 생일 선물을 못 챙긴 일, 카드 이자 문제, 둘 사이의 말다툼 등은 그녀의 내면을 자극한다. 그녀는 “가족 돌보기”라는 역할 기대(role expectation)와 “나 자신도 돌봐야 한다”는 내적 요구 사이에 있다. 정희 역시 이상 자아의 기대와 현실 사이에서 균열이 생기는 인물이다.

4. 마치며

대부분의 영화가 거대한 스케일, 시각적 화려함으로 감각을 자극하지만, 이 영화는 적은 장치로 깊이를 건다. 폭발적 사건보다는, 미묘한 감정 변화, 말하지 않은 말, 표정의 떨림, 침묵 사이의 울림이 중심이다. “극적 해방”이나 거창한 구원을 주진 않지만 “나빠지지 않기”라는 태도, 최소한의 존엄을 지키려는 노력을 담아낸다.

 

이 영화는 모든 갈등을 풀어주는 해답을 제공하진 않는다. 영태와 정희의 삶이 앞으로도 이어질 것을 암시하지만, 구체적 결말은 없다. 그럼에도 여백의 잔향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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