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한국 문학 속 디아스포라와 이주민의 서사
밤이면 밤대로, 낮이면 낮대로 사람은 어디론가 떠나야 했다. 누군가는 먹고살기 위해, 또 누군가는 버거운 기억이나 상처를 버리려고 그리고 또 누군가는 고국으로 돌아갈 수 없는 이유 하나만으로 ‘떠났다’고 적었다. 문학에서 그 ‘떠남’은 아주 오래전부터 있었다. 지금 우리는 그걸 ‘디아스포라’라고 부르기도 한다.
2. 디아스포라
‘디아스포라(Diaspora)’라는 단어는 원래 고향을 떠나 다른 나라에 흩어져 살아가는 사람들을 의미한다. 하지만 한국 문학에서 이 말은 단지 지리적 이동만을 뜻하지 않는다. 가슴속에 오래 눌러 담은 감정들, 정체성을 드러내 묻고 싶은 마음, 돌아갈 곳이 있음에도 돌아가지 못하는 복잡한 감정들이 함께 실려 있다.
그러니까 디아스포라는 몸이 아니라 마음이 먼저 떠나는 이야기일 수도 있다.
3. 김영하와 검은 꽃
김영하의 『검은 꽃』은 1905년 멕시코로 떠나는 조선인 노동자들의 이야기다. 그들을 태운 배에는 삶을 위한 옷가지보다 더 무거운 것들 가령 역사의 절망, 가족의 이름, ‘나라 없음’의 감각이 담겨 있다. 그 배 위에서 사람이 죽기도 하고, 새 생명이 탄생하기도 하고, 조선이었다면 불가능했을 신분과 계급을 뛰어넘는 사랑을 경험하기도 한다.
이 배에 탑승한 조선인들은 모두 인권을 존중받지 못한다. 멕시코에 도착해서도 상황은 크게 다르지 않다. 인물들은 모두 이런저런 사건 사고에 휘말리다 모두 죽음을 맞이하게 된다. 그리고 작가는 멕시코로 향하는 그 배에 탄 조선인들의 삶을 묵묵히 보여줬다. 이 소설이 특별한 건, 이주를 거대한 서사로만 그리지 않았다는 점이다.
4. 이주 서사
이주 서사에는 흔히 ‘말을 잃은 사람들’이 등장한다. 그들은 두 개의 언어 사이에서 길을 잃는다. 하나는 태어난 언어, 하나는 살아야 하는 언어. 이주민 서사는 ‘몸’보다 ‘감정’을 따라간다. 눈물이 아니라, 참는 표정들을 포착하고 고백보다, 그 고백이 목에 걸려 멈추는 지점을 기록한다.
5. 마치며
이주민을 더 이상 낯선 타자로 그리지 않는다. 이들은 “어디 출신이냐”라고 묻지 않는 세계에 산다. 하지만 아이러니하게도, 그럴수록 ‘나는 누구인가’라는 질문은 선명해진다. 문학은 말한다. 사람은 어쩌면 ‘이름을 묻는 방식’으로 서로를 지우기도 한다고.
디아스포라 문학은 ‘해결되지 않는 이야기’이다. 누군가는 돌아가고 싶지만 갈 수 없고, 누군가는 돌아가야 하는 줄도 모른 채 살아간다. 그래서 그들의 문장은 항상 미완의 상태다. 마침표보다는 쉼표, 단정함보다 여백이 자리한다. 그 여백은 독자에게 묻는다. “당신은 어디에서 왔고, 지금 어디에 있습니까?”라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