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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 문학의 또 다른 얼굴: 신경숙과 은희경 1. 여자들은 어떻게 말하기 시작했는가오래전부터 이야기는 늘 남자의 목소리로 시작되었다. 전쟁에 나간 병사, 가족을 책임지는 가장, 영웅이나 비극의 주인공. 문학 속 주요 인물들은 대부분 남자였다. 여자들은 주로 그 곁에 있는 존재였다. 기다리는 사람, 희생하는 사람, 조용한 사람. 그러나 1990년대 이후, 한국 문학은 달라졌다. 이제 이야기를 시작하는 사람이 바뀌었다. 말없이 참고만 있던 인물이 말하기 시작했다. 그 선두에 신경숙과 은희경이 있었다.2. 신경숙신경숙(1963~)은 조용히 말한다. 하지만 그 말은 마음속 깊은 곳까지 스며든다. 마치 오래된 냄비에 물을 끓이는 것처럼, 천천히, 그러나 분명하게. 물이 보글보글 끓기 시작하면, 그 안엔 많은 것이 담겨 있다. 슬픔, 상처, 그리고 꾹 참고.. 2025. 6. 4.
1960년대 모더니즘과 실존주의: 김승옥과 최인훈 1. 1960년대 모더니즘과 실존주의1950년대는 전쟁의 폐허 위에서 피와 눈물로 적은 이야기들이 많았다. 하지만 1960년대에 들어서, 작가들은 다르게 쓰기 시작했다. 세상에 대한 비명 대신, 그 비명을 삼킨 사람들의 침묵을 그렸다. 이 새로운 흐름을 모더니즘과 실존주의라고 부른다.2. 모더니즘모더니즘은 “modern”이라는 단어에서 왔다. 말 그대로 ‘현대적인 것’을 뜻하지만, 단순히 유행이나 신기함을 말하는 게 아니다. 전통적인 방식, 즉 똑같은 줄거리, 똑같은 인물, 똑같은 결말에 지친 사람들이 ‘다르게 쓰는 법’을 고민하며 만들어낸 문학의 방향이었다. 이 개념은 유럽에서 시작됐다. 대표적인 이론가는 T.S. 엘리엇과 제임스 조이스였다.그들은 “문학은 현실을 보여주는 거울이 아니라, 현실을 해체하.. 2025. 6. 3.
기지촌, 우리가 외면한 얼굴들: 영화 <거미의 땅> 1. 거미의 땅 (Tour of Duty)2016년 개봉한 김동령, 박경태 감독의 다큐멘터리 영화 은 미군 기지촌에서 살아온 세 여성의 삶을 통해 한국 사회의 잊힌 역사를 조명한다. 이 작품은 기지촌 여성들의 개인적 기억과 공간의 흔적을 따라가며, 그들의 삶에 새겨진 상처와 고통을 담담하게 그려낸다. 은 제17회 부산국제영화제, 제15회 서울국제여성영화제, 제13회 야마가타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 등에서 상영되며 국내외에서 주목을 받았다. 특히 야마가타국제다큐멘터리영화제에서는 특별상을 수상하며, 기지촌 여성들의 이야기를 세계에 알리는 계기가 되었다.2. 김동령, 박경태 감독김동령, 박경태 감독은 기지촌 여성들의 삶을 단순한 인터뷰나 재현이 아닌, 그들의 방식으로 표현했다. 박인순은 그림을 그리며, 안성자는.. 2025. 6. 2.
잊혀진 역사, 제주 4·3사건: 영화 <지슬> 1. 지슬 (Jiseul)1948년 11월, 제주도에서는 ‘해안선 5km 밖 모든 사람을 폭도로 간주한다’는 명령이 내려졌다. 이에 마을 주민들은 산속 동굴로 피신했다. 영화는 이들의 이야기를 중심으로 전개된다. 그들은 곧 돌아갈 수 있을 거라 믿으며 감자를 나눠 먹고, 집에 두고 온 돼지를 걱정한다. 그러나 그들의 피신은 끝나지 않는 세월로 이어졌다. 2013년 3월, 오멸 감독의 영화 가 개봉했다. 제주 4·3 사건을 다룬 이 작품은 당시 한국 사회와 영화계에 깊은 울림을 주었다. 영화는 제29회 선댄스 영화제에서 심사위원 대상을 수상하였으며, 부산국제영화제에서도 상영되어 큰 반향을 일으켰다. 당시 한국 사회는 과거사 청산과 역사적 진실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었으며, 영화 은 이러한 분위기 속.. 2025. 6. 1.
부드러운 외피 속의 날카로운 진실: 영화 <밍크코트> 1. 밍크코트 (Jesus Hospital) 2012년 1월, 영화 는 그렇게 눅눅한 계절 속에서 조용히 극장가에 들어왔다. 신아가, 이상철 공동 감독의 이 작품은 화려한 스펙터클이나 자극적인 줄거리 대신, 어깨가 잔뜩 굽은 중년 여성 하나의 뒷모습을 따라간다. 우유 배달을 하며 하루하루를 견디는 현순(황정민)은 오래전 자신이 포기한 딸과 마주하고, 밍크코트 한 벌을 건네받으며 그들의 재회가 시작된다. 이 영화가 그리고 있는 여성들의 삶, 특히 중년 여성의 노동과 외로움은 여전히 통계 바깥의 존재로 남아 있었다. 는 그 바깥의 이야기다. 엄마는 미안하고, 딸은 서운하며, 며느리는 거슬린다.세 명의 여성이 밍크코트 하나를 사이에 두고 묵은 감정을 꺼내놓는 풍경은, 가족이라는 구조 안에서 말없이 희생되어 .. 2025. 5. 30.
사라진 아이와 남겨진 마음: 영화 <혜화,동> 1. 혜화동 (Re-encounter) 2011년 개봉한 영화 은 잊힌 기억과 상처를 마주하며 치유와 화해를 그린 영화다. 민용근 감독의 섬세한 연출과 배우들의 뛰어난 연기가 어우러져 관객에게 깊은 여운을 남긴다. 2011년의 한국 사회와 영화계의 분위기를 반영하며, 인간의 감정을 진솔하게 담아낸 작품이다. 서울독립영화제에서 최우수상, 코닥상, 독립스타상 등을 수상하며 독립영화의 가능성을 보여주었다. 2. 줄거리이 영화는 18세 고등학생 혜화와 한수의 이야기를 그린다. 임신 후 한수가 사라지고, 아이는 죽은 줄 알았던 혜화는 5년 후 동물병원에서 일하며 유기견을 돌본다. 그러던 어느 날, 한수가 나타나 아이가 살아있다고 말하며 혜화의 일상을 흔든다. 혜화는 동물병원에서 일하며 유기견을 돌보는 삶을 .. 2025. 5. 2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