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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년대 모더니즘과 실존주의: 김승옥과 최인훈

by Godot82 2025. 6.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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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0년대 한국문학-모더니즘-실존주의-김승옥-최인훈
1960년대 모더니즘과 실존주의-김승옥과 최인훈

 

1. 1960년대 모더니즘과 실존주의

1950년대는 전쟁의 폐허 위에서 피와 눈물로 적은 이야기들이 많았다. 하지만 1960년대에 들어서, 작가들은 다르게 쓰기 시작했다.
세상에 대한 비명 대신, 그 비명을 삼킨 사람들의 침묵을 그렸다. 이 새로운 흐름을 모더니즘과 실존주의라고 부른다.

2. 모더니즘

모더니즘은 “modern”이라는 단어에서 왔다. 말 그대로 ‘현대적인 것’을 뜻하지만, 단순히 유행이나 신기함을 말하는 게 아니다. 전통적인 방식, 즉 똑같은 줄거리, 똑같은 인물, 똑같은 결말에 지친 사람들이 ‘다르게 쓰는 법’을 고민하며 만들어낸 문학의 방향이었다. 이 개념은 유럽에서 시작됐다. 대표적인 이론가는 T.S. 엘리엇과 제임스 조이스였다.


그들은 “문학은 현실을 보여주는 거울이 아니라, 현실을 해체하고 조립하는 창작물”이라고 믿었다.

한국에도 이 생각이 퍼졌다. 이제 작가들은 사건보다 분위기, 줄거리보다 인물의 내면, 결말보다 ‘중단된 순간’을 더 중요하게 다뤘다. 마치 흐릿한 유리창 너머를 보는 것처럼, 독자에게도 모든 걸 친절하게 설명해주지 않았다. 이 흐름을 한국에서 가장 잘 보여준 작가가 김승옥이다.

3. 김승옥

김승옥(1941~)은 마치 카메라를 든 시인처럼, 사람들의 일상 속 한 순간을 스냅사진처럼 잡아내는 작가였다. 그의 대표작「무진기행」(1964)은 특히 유명하다. 도시에 사는 주인공이 안개 자욱한 고향 ‘무진’으로 돌아와 자신의 과거와 마주하고, 공기처럼 잡히지 않는 감정들에 휘말리는 이야기다.

무진은 현실이면서 동시에 현실이 아니다. 안개는 상징이다. 희미하고 흐릿한 감정들, 이름 붙일 수 없는 고독, 겉으론 멀쩡하지만 속은 텅 빈 사람들. 김승옥은 이런 감정을 말로 붙잡는 데 성공했다. 

4. 실존주의

실존주의라는 거대한 흐름은 이끈 이들은 철학자 장 폴 사르트르(Jean-Paul Sartre)와 알베르 카뮈(Albert Camus)대표적이다. “인간은 세상에 던져진 존재”라고 했다. 어떻게 살지는 누구도 대신 정해주지 않는다. 하지만 그 자유는 두려움도 함께 가져온다. 내가 누구인지, 왜 살아야 하는지, 그 물음에 대답할 수 없을 때, 인간은 공허 속에 빠진다.

이런 생각은 1960년대 한국에도 깊이 들어왔다. 4.19 혁명, 5.16 쿠데타, 사회는 몸살을 앓았지만, 개인의 삶은 더 고독해졌다. 이런 시대를 가장 정확하게 소설로 표현한 작가가 최인훈(1936~2018)이다.

5. 최인훈

최인훈의 대표작「광장」(1960)은 분단 시대 한국 문학에서 가장 중요한 소설 중 하나다. 주인공 ‘이명준’은 남한에서도 북한에서도 받아들여지지 못한 채, 마침내 바다 위에서 자신의 선택을 한다. 그 바다는 상징이다. 국경이 아닌, 마음의 경계. 진실을 알고 싶지만, 아무 데도 속할 수 없는 사람의 자리를 보여준다.

6. 마치며

김승옥은 말의 조각으로 감정을 만들었고, 최인훈은 생각의 벽돌로 세상을 해체했다. 둘은 서로 다르지만 같은 것을 봤는지도 모른다. 무너진 가치, 방향을 잃은 사람들, 그리고 말로 다 담기지 않는 고독. 1960년대 한국 문학은 이 두 사람을 통해, 더 이상 ‘무엇을 말할 것인가’가 아니라 ‘어떻게 말할 것인가’를 고민하게 되었다.

김승옥의 안개 속에는 말하지 못한 고독이 있고, 최인훈의 바다 아래에는 속하지 못한 인간이 있다. 그들의 문학은, 마치 창문에 맺힌 물방울처럼 조용히, 그러나 분명히 우리를 비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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