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카테고리 없음

회화란 무엇인가? 클레멘트 그린버그(Clement Greenberg)

by Godot82 2025. 7. 24.
반응형

클레멘트 그린버그-Clement Greenberg-모더니즘 회화-Modernist Painting-고유한 매체 특성-medium specificity-예술의 순수성
클레멘트 그린버그-Clement Greenberg-모더니즘 회화-Modernist Painting-고유한 매체 특성-medium specificity-예술의 순수성

 

1. 클레멘트 그린버그(Clement Greenberg)

클레멘트 그린버그(1909–1994)는 미국의 미술 비평가이다. 그는 잭슨 폴록, 바넷 뉴먼, 마크 로스코 같은 추상 표현주의 화가들의 중요성을 세상에 알린 사람이고, 특히 “모더니즘 회화는 이래야 한다”라고 소리치듯 썼던 평론들로 유명해졌다. 대표 글은 1960년의 「모더니즘 회화 Modernist Painting」라는 에세이가 있다. 이 사람을 빼고는 20세기 중반의 미술사를 논할 수 없다.


특히 ‘그린버그식 모더니즘’이라고 하면, "회화란 무엇인가?"를 아주 단단하고 날카롭게 정의한 시도를 말한다. 그래서 때론 숨이 막히지만, 그래서 더 명쾌하게 느껴지기도 한다. 그린버그식 모더니즘의 “모더니즘은 예술이 자신의 *고유한 매체 특성(medium specificity)*에 충실해지려는 자기비판이다.”라는 것이다.

2. 그린버그식 모더니즘

즉, 이런 말이다. 각 예술은 자기만의 본질이 있다. 회화는 평면성과 색, 조각은 입체성, 음악은 시간성과 음이 그것이다. 모더니즘은 이런 ‘자기만의 성질’을 더 깊이 파고든다. 회화는 더 ‘회화다워’ 지려고 한다. 불필요한 요소는 제거하고 외부 세계를 흉내 내려하지 않는다. 회화는 ‘그림의 환상’을 깨고, 평면을 자각시킨다. 그래서 회화는 결국 ‘평면 위에 물감이 놓여 있음’을 드러내야 한다.

 

회화의 진실은, 그저 눈앞에 평평하게 놓인 표면임을 인정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린버그식 회화의 예시 작가를 들자면 폴록과 로스코가 있다. 잭슨 폴록의 드리핑 기법은, 붓 대신 물감을 ‘흘려서’ 만든 그림이다. 이건 전통적 구도를 완전히 파괴하고, 회화가 물감 그 자체임을 선언한 방식이다.

 

마크 로스코의 색면 회화는, 마치 색이 캔버스의 평면 위에 조용히 숨 쉬는 것처럼 보인다. 설명도, 이야기성도 없다. 다만 색의 중첩과 숨결, 그 자체로 남아 있을 뿐이다.

3. 예술의 순수성(purity)

그린버그는 ‘예술의 순수성(purity)’을 강하게 믿었다. 그는 “예술은 스스로를 방어하기 위해 스스로를 정의해야 했다.”라고 주장했다. 즉, 예술이 예술이기 위해선 ‘자기 자신이 무엇인지’를 끊임없이 물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는 모더니즘을 하나의 자기비판의 역사로 봤다. 칸트가 말한 “이성의 자기비판”을 예술에 옮겨온 셈이다.

그린버그는 아주 권위적인 입장을 고수했기 때문에, 많은 예술가나 학자들에겐 너무 독단적인 시선처럼 보이기도 했다. 그는 회화는 평면성을 지켜야 한다고 했지만, 그 이후 등장한 팝아트, 개념미술, 퍼포먼스는 그 틀을 깨부숴버렸다. 또한 그린버그는 예술의 사회적 맥락을 거의 무시했다. 오직 형식만 보았기 때문에, 정치적 맥락이나 젠더, 인종 등의 문제를 다루는 예술은 평가 대상에서 밀려났다.

이후 로잘린드 크라우스, 할 포스터, 미술의 탈모더니즘 경향들이 이런 그린버그식 시각을 비판하며 등장했다.

4. 마치며

그린버그는 “그림은 더 이상 창문이 아니다. 그건 그냥 벽에 붙은 색이다. 그러니 그걸 부끄러워하지 말고, 자랑해라.”라는 식에 주장을 한 셈이다. 아름답지만 꽉 막힌 말이다. 그러니 이 이론은 예술이 어디까지 스스로를 해체하고, 다시 정의할 수 있는지를 보여주는 흥미로운 실험실 같은 것이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