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 (The Day a Pig Fell Into a Well)
1996년 5월에 개봉한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은 홍상수 감독의 첫 데뷔작이다. 115분의 상영 시간으로 김의성, 조은숙, 이응경 등이 출연했다. 구효서의 소설 '낯선 여름'을 각색해서 일상에서 벌어지는 사건을 겪으며 조금씩 변화하는 인간 내면을 사실적으로 드러냈다. 이 영화 속 인물들은 자주 마주치는데 이처럼 현실에서도 늘 일어날 법한 평범한 순간들로 영화는 채워진다.
영화에 공간들도 여관이나 술자리 같은 익히 보아온 곳들이다. 그런데 이 일상 속에서 어떤 불안과 깨달음 같은 심오한 감정을 느끼게 해 준다. 영화는 사실적이다 못해 냉소적이기까지 느껴지는 표현 방식으로 호평을 받았다. 홍상수라는 작가주의 감독이 탄생하는 순간이었다.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은 1996년 제17회 청룡영화상에서 신인감독상을 시작으로 1996년 제15회 밴쿠버국제영화제 용호상, 1996년 제16회 한구영화평론가협회상 신인감독상 등을 수상했고, 관객과 평단의 찬사를 받은 것으로 알려졌다.
2. 홍상수 감독
홍상수 감독은 1960년 서울에서 출생했다. 중앙대학교 연극영화과를 중퇴하고 미국으로 건너가 캘리포니아 예술대학과 시카고 예술대학에서 유학했다. 한국 영화계에서 자기만의 스타일을 가진 작가주의 감독으로 알려져 있다. 그는 특히, 즉흥적인 연출로 인간관계의 속살을 보여주는 독특한 영화를 만드는 것으로 유명하다.
1996년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로 영화계에 데뷔했다. 그는 미술과 문학을 공부하고 영화에 뛰어들었다고 한다. 적은 예산의 소규모 영화들을 만드는 그만의 제작 방식으로 독창적인 세계를 구축했다. 고정된 카메라나 롱테이크, 대본이 없는 즉흥 연기와 반복적인 대사를 사용하는 등 영화 속 창작된 허구의 인물이 아닌 현실의 인간을 리얼하게 보여주고 있다는 점에서 독창성과 작품성을 인정받았다.
홍상수 감독은 다작을 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30여 편이 넘는 영화 중 주요 작품으로는 <하하하>와 <밤의 해변에서 혼자> <소설가의 영화> 등이 있다. 그의 작품들은 주요 국제 영화제에서 호평을 받는 경우가 많다. 그의 작품에서 보이는 독창적인 구조와 스타일 때문에 해외 평론가들도 관심을 갖는 것이다.
3. 돼지가 우물에 빠진 날 줄거리
인기도 인지도도 없는 가난한 소설가 효섭은 유부녀인 보경과 혼외 관계다. 효섭의 곁에는 자신에게 물심양면으로 지원을 아끼지 않는 극장 매표원 민재가 있다. 하지만 효섭은 민재에게 무관심하다 못해 냉랭하기까지 하다. 더구나 그는 민재의 도움과 헌신을 당연하게 생각하고 고마워할 줄 모른다. 민재는 효섭을 사랑하고 있지만 그의 태도에 지속적으로 상처를 받게 된다.
민재 곁에는 자신을 짝사랑하는 민수가 있다. 어느 날 민재는 민수와 잠자리를 갖게 된다. 하지만 민재의 마음을 얻는 것은 불가능함을 느끼며 질투에 사로잡힌다. 일그러진 질투심과 욕망, 오해로 인해 민수는 효섭과 민재를 죽이게 되고 영화는 파국으로 끝이 난다.
영화 속 인물들은 모두 비루한 결말을 맞이한다. 우물에 빠진 돼지처럼 발버둥을 쳐도 빠져나올 수 없는 모습을 상징적으로 드러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