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한국 문학 속 도시와 농촌
도시는 언제나 번쩍, 번쩍. 빛이 난다. 농촌은 언제나 소리를 낸다. 바스락, 꼬끼오, 후드득. 이 두 세계는, 마치 같은 드라마에서 다른 배경음악이 흘러나오는 장면들 같다. 똑같은 한국 땅 위에 있지만, 도시와 농촌은 자주, 너무 자주 문학 안에서 충돌했다. 충돌하면서도, 끝내 서로를 잊지 못했다. 이건 아주 오래전부터 써 내려온 한 편의 사랑 이야기이자 이별 이야기다.
2. 도시와 농촌의 갈등
문학에서 도시와 농촌의 대립은 새로운 일이 아니다. 1920~1930년대 이광수, 염상섭, 현진건의 소설에서부터 이 대립은 무겁고도 조용히 등장했다. 염상섭의 『만세전』에서는 도시 문명에 대한 환멸이, 현진건의 『운수 좋은 날』에서는 도시 빈민의 피로가 축축하게 흐른다. 도시란 쉽게 말해 “기계의 심장”이고, 농촌은 “흙의 심장”이다. 이 두 심장은 서로 다른 박동을 가지고 있다.
한국 현대문학 연구자 김윤식 교수는 도시와 농촌의 대립 구도를 “문명과 자연의 가치 충돌”이라고 설명했다. 이 개념은 문학사회학에서 자주 쓰이며, 인간의 내면 분열까지도 함께 끌고 들어오는 사고다. 그러니까, 이 대립은 공간의 문제가 아니라 어쩌면 마음의 문제다. 도시적인 욕망과 농촌적인 정서가 같은 인간 안에서 부딪히고 있는 것이다.
우리는 알고 있다. 도시에서는 사람들이 “빨리빨리”를 외치고, 농촌에서는 "순리에 맞게, 부지런하고 성실하게, 차근차근, 천천히”를 읊조린다. 문학은 이 속도 차이를 놓치지 않았다.
3. 사라지는 농촌
농촌을 다룬 문학에서 가장 유명한 인물 중 하나는 바로 김유정이다. 그의 소설 『동백꽃』이나 『봄·봄』을 보면 농촌의 해학, 풍자, 슬픔이 모락모락 피어난다. 닭이 날갯짓을 하고, 나무는 바스락거린다. 사람이 웃고 넘어지며, 굴욕을 견디고, 감정을 감춘다.
김유정의 농촌은 절망보다 더 슬픈 ‘희화’로 그려진다.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건 풍경이 아니라 태도다. 세상에 대해 “이렇게도 웃을 수 있지”라는 고백이다.
이후 농촌문학은 리얼리즘과 깊게 결합된다. 황순원의 『소나기』는 시골 소년과 소녀의 짧은 사랑 이야기지만, 사실은 전쟁 전 농촌의 순수함과 정서를 포장지처럼 감싸고 있다. 정지용의 시에서도, “물장수 소리 쩌렁쩌렁”하며 흘러간다. 한 문장 안에 삶 전체가 들어 있는 것처럼.
그리고 박경리 작가의『토지』는 농촌과 도시, 전통과 근대, 인간과 민족의 이야기를 씨줄과 날줄처럼 엮는다. 박경리는 농촌을 정적으로 보지 않는다. 농촌은 역동적이고, 끊임없이 침식당하고 있으며, 동시에 무언가를 지켜내고 있다.
4. 차갑게 빛나는 도시
1980년대를 지나며 도시는 문학에서 단순한 배경이 아닌 문제적 공간으로 변한다. 도시는 기억을 증발시킨다. 농촌은 기억을 곰팡이처럼 남긴다. 둘은 기억을 대하는 태도부터 달랐다. 90년대 이후엔 도시는 고립의 상징이 된다. 김애란의 단편 『침이 고인다』에서는 도시 속 20대 청춘이 좁은 고시원, 좁은 관계, 좁은 인생을 살아간다.
대도시 서울이지만, 삶은 자꾸 움츠러들고, 소리는 사방에서 덜컹덜컹 울린다. 농촌이 ‘몸으로 일하는 공간’이라면, 도시는 ‘몸이 없어지는 공간’이다. 도시문학은 이렇게 문명과 정서의 부조화를 이야기하며, 때로는 풍경이 주인공을 삼킨다. 어느새 인물은 쪼그라들고, 공간만 부풀어 오른다. 도시 속에서 사람은 점점 ‘점’이 된다.
5. 마치며
비평가 테리 이글턴은 “이야기란 결국 갈등에서 생겨난다”라고 했다. 도시와 농촌은 그 대표적인 갈등쌍이다. 한국 문학은 이 둘의 충돌을 통해 현대화의 모순, 개인의 상실, 정체성의 혼란을 꼬집어 보여줬다. 하지만 갈등이 끝은 아니다. 최근 문학에서는 이 둘의 화해 가능성이 엿보이기도 한다.
이야기는 끝나지 않았다. 도시도, 농촌도, 문학도. 어느 날엔 도심 한복판에서 개 짖는 소리를 듣고, 어느 날엔 논두렁에서 휴대폰 진동을 느끼며 우리는 살아간다. 문학은 여전히 이 두 세계를 오간다. 시골집 마당을 울리는 빗소리와 도심 고층 빌딩을 두드리는 드론 소리를 함께 듣는다. 이 두 소리는 다르지만, 같은 한 인간을 향하고 있다.
문학은 늘 그렇듯, 그 틈을 쓴다. 그리고 우리에게 묻는다. “너는 어디에서 왔고, 어디로 가고 있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