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달마가 동쪽으로 간 까닭은? (Why Has Bodhi-Dharma Left for the East?)
1989년에 개봉한 영화 <달마가 동쪽으로 간 까닭은?>은 배용균 감독이 각본, 연출, 촬영, 편집 등 영화 제작 전반을 모두 맡아 진행한 작품이다. 이 영화는 약 175분 분량으로 불교의 철학과 수행에 대한 깊은 고찰과 인간의 생과 사 등을 다뤘다.
제42회 칸 영화제의 주목할 만한 시선(Un Certain Regard) 부문에서 수상을 했고, 1989년 로카르노 국제 영화제에서는 황금표범상과 감독상 등을 수상하며 한국 영화계뿐 아니라 국제적으로도 주목을 받았다. 출연한 배우로는 이판용, 신원섭, 황해진 등이 있고, 기획에만 무려 8년, 제작에는 4년이 걸렸다고 한다.
이 영화는 인간의 번뇌와 욕망, 성찰과 깨달음에 대한 성찰을 보여준다. 불교 철학을 바탕에 두고 만든 예술적이고도 혁신적인 영화인 것이다. 일부 관객들은 난해하다는 평을 했으나 인간 존재에 대한 근원적인 질문을 던지고 해탈의 과정을 아름다운 영상미로 보여줌으로써 관객으로 하여금 철학적 탐구를 유도하는 예술적인 영화인 것이다.
<달마가 동쪽으로 간 까닭은?>은 한국영상자료원이 2020년에 디지털 복원 작업을 지원했다고 알려져 있다.
2. 배용균 감독
배용균 감독은 1951년 대한민국 대구광역시에서 태어났다. 영화감독이자 교수인 동시에 미술가이다. 프랑스 파리대학 대학원에서 조형예술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고, 대구가톨릭대학교 서양화과 부교수와 서강대학교 영상대학원 부교수로 재직하며 미술과 영상을 지도했다고 알려져 있다. 그는 영화 제작에 있어 여러 명이 협업하는 방식을 거부하고, 오직 1인 제작 시스템으로 영화를 만들었다.
대표작으로는 1989년 칸 영화제와 로카르노 국제 영화제 등 국제 영화제에서 수상을 했던 <달마가 동쪽으로 간 까닭은?>과 1995년 제작한 <검으나 땅에 희나 백성>이 있다. 이 영화는 삭막한 산업 사회에서 소외되는 인간을 다룬 작품이다. 배용균 감독은 대중 앞에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다. 하지만 그의 영화는 한국 영화사의 가지 않은 길을 개척한 중요한 유산이다.
3. 달마가 동쪽으로 간 까닭은? 줄거리
영화는 절에 사는 노승 혜곡과 청년 승려인 기봉, 어린 동자승인 해진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노승인 혜곡은 죽음이 임박한 상태다. 자신의 죽음을 예감한 혜곡은 기봉에게 시신을 화장해 줄 것을 부탁한다. 혜곡이 죽고 난 후 기봉은 절을 떠나고, 절에는 어린 해진만 남게 된다.
기봉은 간절히 깨달음을 얻기를 원하지만 속세에 남기고 온 어머니를 걱정하는 듯 여러 고민과 번뇌에서 벗어나지 못한다. 어린 해진은 새를 죽인 스스로의 행동으로 인해 죄책감을 느끼는데 이것이 해진의 변화인 동시에 깨달음의 시작인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