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초예술 토머슨 (超芸術トマソン, Hyperart Thomasson)
초예술 토머슨은 일본의 현대 미술가인 아카세가와 겐페이(赤瀬川原平)가 1980년대 활동했던 일본 프로야구 선수 게리 토머슨을 보고 만들어낸 개념이다. 초예술 토머슨은 원래의 기능을 하지 못하지만 현재까지 여전히 유지되고 보존되어 있는 건축물이나 그 외 구조물 혹은 흔적 등을 의미한다.
초예술 토머슨이라는 개념은 예술가가 의도를 가지고 창작한 작품이 아니라 필요에 의해 도시에서 생겨났지만 기능적으로 쓸모없게 된 것들을 지칭한다. 허공에서 끝나는 계단이나 막힌 벽 같은 구조물들이 시각적으로 예술적 가치가 있다고 보는 것이다.
2. 아카세가와 겐페이(赤瀬川原平)
아카세이와 겐페이(1937~2014)는 일본의 미술가이자 사진작가, 소설가 이기도 한 예술가다. 실험적인 퍼포먼스와 예술 작품을 만들었고 일본 아방가르드 예술을 대중문화와 결합하여 창의적이고 도전적인 시도를 많이 했다. 특히, 실제 지폐를 인쇄한 작품을 만들어 논란을 일으키기도 했다.
3. 초예술 토머슨의 유래
앞서 언급했듯 토머슨이라는 명칭은 1980년대 일본 야구팀 소속이었던 미국인 선수 게리 토머슨(Gary Thomasson)에서 시작되었다. 게리 토머슨은 사람들의 기대와 달리 성과를 내지 못했고, 거의 경기를 나오지 못한 채 주로 벤치만 지키는 신세가 되었다. 이 모습을 본 아카세이와 겐페이는 주어진 역할을 하지는 못하지만, 계속 제자리를 지키고 있는 게리 토머슨과 그와 다를 것 없는 제기능을 잃은 구조물들을 가리켜 '토머슨'이라 이름 붙였다.
4. 초예술 토머슨의 예시들
어느 도시에서나 어렵지 않게 발견할 수 있는 토머슨들이 있다.
계단을 밟고 올라가거나 내려가거나를 할 수는 있지만, 허공에서 끝이 나는 목적지를 상실한 계단도 초예술 토머슨이다.
벽으로 가로막혀 열 수도 없고, 어디로도 연결될 수 없는 문도 초예술 토머슨이다.
건물 외벽에 딱히 용도는 없지만 돌출된 구조물들도 초예술 토머슨이다.
재개발이 진행되어 사람이 살지 않는 지역에 덩그러니 놓여있는 가로등도 초예술 토머슨이다.
이런 초예술 토머슨은 원래 기능을 잃고 쓸모없어졌지만, 그 자체로 예술적인 가치를 갖게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