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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선말로 부르는 '우리'의 이름: 우리 학교

by Godot82 2025. 5.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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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학교-김명준
우리 학교-김명준

 

1. 우리 학교

홋카이도의 겨울은 길고 깊다. 눈은 조용히, 그러나 끊임없이 내린다. 그 눈 속에서 아이들은 웃고, 노래하고, 때로는 울었다. 김명준 감독의 다큐멘터리 <우리 학교>는 그런 아이들의 모습을 담담하게, 그러나 따뜻하게 그려낸다. 영화는 일본 홋카이도에 위치한 유일한 조선학교인 ‘혹가이도 조선초중고급학교’의 일상을 3년 5개월 동안 기록한 작품이다. 

 

감독은 500여 개의 테이프를 통해 아이들의 성장과 고민, 그리고 그들이 지켜내고자 하는 ‘우리’의 의미를 포착했다. 

2. 줄거리

조선학교는 일본에 거주하는 재일조선인들이 자발적으로 세운 교육기관이다. 일본 사회에서 소외받는 현실 속에서도, 그들은 자신의 뿌리와 문화를 지키기 위해 학교를 세웠다. 홋카이도의 조선학교는 초급부터 고급까지 통합된 형태로, 아이들은 12년간 함께 생활하며 성장한다.  

이 학교는 단순한 교육기관이 아니다. 아이들에게는 ‘우리’라는 공동체의 상징이며, 정체성을 지켜내는 마지막 보루다. 그들은 일본 사회의 편견과 차별 속에서도 조선말을 배우고, 조선의 문화를 익히며 자신의 존재를 확인한다. 김명준 감독은 처음에는 외부인의 시선으로 학교를 바라보았다. 

 

그러나 시간이 흐르면서 그는 아이들과 함께 울고 웃으며 그들의 일상 속으로 스며들었다. 카메라는 점점 아이들의 눈높이로 내려가고, 그들의 숨결을 따라 움직인다. 영화는 아이들의 이중언어 사용과 정체성의 혼란을 섬세하게 그려낸다. 일본어와 조선어를 모두 사용하는 아이들은 때로는 두 언어 사이에서 갈등을 겪는다. 

 

그러나 그들은 조선어를 통해 자신의 뿌리를 확인하고, 공동체 속에서 정체성을 다져간다. 이러한 모습은 일본 사회 속에서 소수자로 살아가는 재일조선인들의 현실을 반영한다. 그들은 제도적 억압과 일상적 차별 속에서도 자신의 문화를 지키기 위해 노력하며, 조선학교는 그들의 삶의 중심이 된다.  

영화 속 아이들은 특별하지 않다. 그들은 친구와 장난을 치고, 선생님에게 혼나기도 하며, 졸업을 앞두고 눈물을 흘린다. 그러나 그들의 일상은 일본 사회 속에서 ‘조선인’으로 살아가는 삶의 무게를 담고 있다.

3. 마치며

영화가 제작된 2000년대 초반, 일본과 북한의 관계는 긴장 상태였다. 북한의 미사일 발사와 납치 문제 등으로 인해 조선학교에 대한 일본 사회의 시선은 차가웠다. 이러한 분위기 속에서 조선학교는 운영의 어려움을 겪었고, 학생들은 차별과 편견에 시달렸다.  한국 영화계에서는 독립 다큐멘터리의 활발한 제작과 상영으로 사회적 이슈를 다루는 작품들이 주목받고 있었다.

 

<우리 학교> 역시 이러한 흐름 속에서 관객들의 관심을 끌었고, 다큐멘터리 역사상 최다 관객 기록을 세우는 성과를 거두었다. <우리 학교>는 조선학교 아이들의 일상을 통해, 일본 사회 속에서 소수자로 살아가는 재일조선인들의 현실과 그들이 지켜내고자 하는 정체성의 의미를 담아낸 작품이다. 김명준 감독은 담담한 시선으로 아이들의 이야기를 그려내며, 관객들에게 깊은 울림을 전한다. 

이 영화는 단순한 다큐멘터리가 아니다. 그것은 인간의 삶에 대한 깊은 성찰이며, 공동체의 의미에 대한 진지한 질문이다. <우리 학교>는 우리 모두에게 더불어 사는 삶의 가치를 일깨워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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