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물혼(Animal Spirit)
“동물혼”이라는 말은 맥락에 따라 다양한 의미로 사용될 수 있지만, 일반적으로는 인간과 동물, 그리고 영혼이나 정신의 관계를 사유할 때 등장하는 철학적 혹은 신화적 개념이다.
샤머니즘 및 민속적 의미에서 동물혼(Animal Spirit)은 매우 중요한 개념이다. 각 개인에게 특정 동물의 영혼이나 정령이 수호령으로 붙어 있다고 믿는 것이다. 예를 들어, 곰, 늑대, 독수리 같은 동물들은 인간의 동물혼으로서 인간의 기질이나 운명과 연결되어 있는 것과 같다. 우리나라 무속에서도 동물혼은 종종 귀신, 정령, 또는 무당이 소환하는 존재로 나타나며, 인간과 자연의 경계를 넘나드는 역할을 한다.
철학적 의미에서 보면 철학적 의미 자크 데리다(Jacques Derrida)는『동물을 따라가며(L’animal que donc je suis)』에서 인간이 “동물”이라는 단어를 쓰며 스스로를 구분 짓는 방식 자체를 문제 삼는다. 그는 인간이 동물과 다르다고 가정하며, 동물을 “언어가 없는 존재”, “수치심이 없는 존재”로 규정하는 것이 인간 중심주의적 폭력이라고 지적한다.
이렇듯 ‘동물혼’은 인간의 내면에서 배제되거나 억압된 타자성, 본능, 비언어적 존재성을 상징하기도 한다.
정체성 정치와 퀴어 이론 분야에서 “동물혼”은 인간 중심주의를 넘어서 새로운 감각, 연대, 존재 방식을 탐색하는 장치로 사용된다. 특히 포스트휴머니즘에서는 인간-동물-기계 간의 경계를 허물며, 동물혼은 인간이 상실한 감각적이고 본능적인 지각 능력을 재발견하는 매개체로 이해되기도 한다.
문학에서는 ‘동물혼’이 종종 인간 내면의 원초성, 야생성, 억압된 욕망을 형상화하는 상징으로 등장한다. 예를 들어 늑대나 곰, 들개 등의 동물혼이 주인공의 꿈이나 환상에 등장해 인간 문명에 대한 반성이나 초월적 직관을 이끄는 것으로 쓰이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