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차연(différance)
“차연(différance)”은 자크 데리다(Jacques Derrida)가 만들어낸 가장 유명하고도 난해한 개념이다. 복잡한 말로 쓰이지만, 실제로는 언어, 의미, 시간, 부재, 욕망 등을 하나의 흐름처럼 엮어내는 개념이다. 간단히 말하면 의미는 고정되어 있지 않고 늘 미뤄지고 또 다른 의미와 차이 속에서만 생긴다는 것이다.
“차연”이라는 말은 프랑스어 différer에서 왔다. 이 단어는 두 가지 뜻을 동시에 가진다. 다르다(to differ)와 늦추다, 미루다 (to defer)이다. 데리다는 이 두 의미를 동시에 담고 있는 단어를 만들고 싶어서, 기존 단어 différence의 e를 a로 바꿔서 différance라고 썼다고 한다.
프랑스어에선 이 둘을 소리로는 구분할 수 없고, 눈으로만 구분이 가능하다고 한다.
2. 사전에는 없는 말
데리다는 소쉬르(Saussure)의 구조주의 언어학을 비판하면서, “언어는 기호와 기호 사이의 차이로만 의미를 만들어낸다”는 점에 주목한다. 예를 들어, “개”라는 단어는 “고양이”, “사자”, “호랑이”, “바위”가 아니기 때문에 ‘개’이다. 즉, 의미는 본질이 아니라, 다른 단어들과의 차이 속에서만 만들어지는 것이다.
그리고 그 의미는 항상 미뤄져요. 왜냐하면 우리는 어떤 단어의 뜻을 설명할 때 또 다른 단어를 끌어와야 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사랑”이란 단어를 이해하려면 우리는 “사랑이란 뭐지?”라고 묻고, “애정, 헌신, 열정, 그리움…” 등등 다른 단어들을 열거하게 된다. 하지만 그 각각도 또 다른 단어로 풀어야 한다. 결국 의미는 고정된 실체가 아니다.
우리는 결코 ‘사랑 그 자체’를 말할 수 없다. 우리는 다만 그 주변을 계속 빙빙 돌 뿐이다.
3. 마치며
차연(différance)은 어떤 확실한 정의나 중심이 없다는 것을 받아들이는 사유의 방식이다. 데리다는 이 개념으로 서구 철학의 로고스 중심주의(진리, 중심, 본질을 믿는 태도)를 해체하려고 했다. 차연은 영원히 닿을 수 없는 의미, 부재로부터 만들어지는 의미, 그리고 완성되지 않음의 철학이다.
더 알아보고 싶다면 데리다의 책 《글쓰기와 차이》(L’écriture et la Différence), 《그라마톨로지에 대하여》(De la grammatologie), 푸코와의 논쟁, 특히 『광기의 역사』에 대한 데리다의 비판, 구조주의 vs. 해체주의 비교, 알랭 바디우, 슬라보예 지젝 등 후기 구조주의의 흐름 등을 보면 도움이 될 듯하다.
“의미는 기차역에서 다음 열차를 기다리는 사람 같아.
열차는 계속 오지만, 내가 타려는 건 계속 저 뒤에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