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역사적 아프리오리(historical a priori)
“역사적 아프리오리(historical a priori)”는, 정신이 빙그르르 회전할 수도 있는 개념이지만, 사실은 아주 간단한 질문에서 시작될 수도 있다. “우리가 어떤 생각을 할 수 있게 만든 조건은 무엇일까?” “그 조건은 고정되어 있는가, 아니면 변하는가?” 이 개념을 제대로 설명한 사람은 "미셸 푸코(Michel Foucault)"다.
2. 아프리오리(a priori)란?
원래 철학에서 “아프리오리”란 경험하기 전에 이미 주어진 지식이나 조건을 말한다. 예를 들어 “1+1=2”는 경험하지 않아도 아는 진리다. “모든 사건에는 원인이 있다”는 것도 마찬가지다. "칸트(Kant)"는 이 개념을 아주 유명하게 만들었다. 그는 “우리가 세상을 인식할 수 있는 건 시간과 공간이라는 아프리오리한 틀이 있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그러나 푸코는 다른 의견을 제시했다. “잠깐만요. 그 ‘선험적’이라는 것도 역사 안에서 만들어진 것 아닐까요?”라는 반론이었다. 바로 여기에 “역사적 아프리오리”라는 아이디어가 등장했다. 역사적 아프리오리란 간단히 말하면 이렇다. “특정 시대의 사람들은, 특정한 방식으로만 생각하고 말할 수 있다.” “그리고 그 ‘사고방식의 조건’은 시대에 따라 바뀐다.”
깊이 생각해 보면 이 말은 무서운 말이다. 왜냐하면 우리가 스스로 선택했다고 믿는 생각조차도, 어쩌면 시대가 허락한 범위 안에서만 가능했던 것일 수 있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17세기에는 “광기”라는 말을 신의 징벌이나 악마의 소행으로 설명했다. 19세기에는 “정신병”으로, 20세기에는 “신경전달물질의 불균형”으로 설명했다. 모두 다 다른 언어, 다른 관점이다. 그런데 중요한 건 이런 설명을 가능하게 만든 전제들 그러니까 그 조건들, 바로 그것이 역사적 아프리오리라는 것이다.
3. 그래서 미셸 푸코 (Michel Foucault)는?
푸코는 무언가를 진리로 만들어주는 조건이 어떻게 시대마다 바뀌는지를 추적했다.『광기의 역사』에선 광기라는 개념이 시대에 따라 어떻게 구성되었는지 파고들고,『말과 사물』에선 인간이라는 개념조차 근대에 생긴 허상일 수 있다고 말했다.
푸코는 도서관 사서처럼 책 속의 내용을 읽기보다, 어떤 책들이 선반에 놓일 수 있었는지를 관찰한 것이다. 즉, 무엇이 말이 되었는지, 무엇이 지식으로 인정되었는지, 그 ‘기반의 규칙’을 탐색한 사람이다. 그게 바로 “역사적 아프리오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