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플래시백(flashback)
“플래시백(flashback)”은 영화나 소설, 심지어 우리의 기억 속에서도 종종 발생하는 장면이다. 말 그대로 번쩍 하고 되돌아가는 순간이다. 플래시백은 단순한 회상이 아닌 어떤 순간에 시간의 문이 잠깐 열리고, 그때의 공기와 냄새와 감정이 고스란히 쏟아져 나오는 사건이나 다름없다.
플래시백은 현재의 시간 흐름을 잠시 멈추고, 과거의 특정 사건이나 기억을 삽입하는 서술 기법이기도 하다. 영화에서는 화면이 흔들리거나 색감이 바뀌기도 하고, 문학에서는 문장이 과거 시제로 이동하면서 사건의 결정적인 부분들이 드러나기도 한다. 어쩌면 플래시백은 삶이 우리에게 건네는 편지 같은 것인지도 모른다. 읽는 순간엔 미처 몰랐던 것들이 그 순간이 지난 후 다시 떠오를 때에는 비로소 제 뜻을 전하기 때문이다.
2. 정신분석학에서의 플래시백
플래시백은 "외상 후 스트레스 장애(PTSD)"에서 자주 언급된다. 이 경우 플래시백은 의도된 회상이 아니라, 통제할 수 없이 되살아나는 감각과 장면인 것이다. 트리거(trigger, 방아쇠)가 될 만한 냄새, 소리, 장소를 만나면 뇌는 현실과 과거를 구분하지 못한 채, 그 장면을 마치 지금 다시 겪는 것처럼 강렬하게 재현된다.
이 개념은 프로이트나 라캉의 무의식 이론과도 연결된다. 억압된 기억은 사라지지 않고, 다른 방식으로 귀환한다는 것이다.
3. 플래시백의 문학적 힘
문학에서는 플래시백이 삶의 균열을 보여주는 창이 된다. 한 인물이 왜 그렇게 행동했는지, 왜 그렇게 울었는지, 왜 말을 아꼈는지… 그 모든 이유는 플래시백의 틈새에 숨어 있다. 김승옥의「무진기행」을 떠올려 보면 알 수 있다. 주인공이 무진이라는 공간에 들어서는 순간, 그는 현재를 살아가고 있지만 동시에 과거 속으로 미끄러지고 있는 것이다.
4. 마치며
플래시백은 단지 정보를 알려주는 장치가 아니다. 그것은 인물이 아직 그 기억에서 자유롭지 못하다는 증거이다. 우리가 한순간, 어떤 냄새나 소리에 울컥하는 것도 같은 이치다. 우리 안엔 언제나 작은 타임머신이 있고, 어떤 날은 그것이 불시에 작동해 버리는 것이다.
우리는 시간의 포로면서, 동시에 그 시간에 저항하는 존재이기에 플래시백은 우리가 살아 있다는 증거이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