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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이 스스로를 설명할 때: 자기-정의(self-definition)

by Godot82 2025. 7.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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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명한 단단함-luminous con- creteness)-자기-정의-self definition-특정성-specificity-매체 특정성-medium specificity-재귀적 구조-recursive structure
투명한 단단함-luminous con- creteness)-자기-정의-self definition-특정성-specificity-매체 특정성-medium specificity-재귀적 구조-recursive structure

 

1. 예술이 자기 자신을 의식하고, 그 재료와 형식을 드러내는 방식

니체(Friedrich Nietzsche)가 말한 “투명한 단단함(luminous con- creteness)"은 모순처럼 들리지만 사실 아주 시적인 말이다. 투명하다는 건 안이 훤히 들여다보인다는 뜻이고, 단단하다는 건 물리적으로, 감각적으로 두드러진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즉, 이건 보기에는 안 보이는 것 같지만, 아주 구체적이고 감각적인 물질성으로 거기에 존재한다는 뜻이다.

예를 들면 이렇다. 유리창은 투명해서 그 너머를 보여주지만, 닦으면 뽀드득, 두드리면 똑똑 소리가 나는 단단한 물질이다. 회화도 마찬가지이다. 그림은 어떤 풍경이나 사람을 보여주려고 하지만, 그 자체로 물감, 붓질, 캔버스의 물성이 보이게 된다. ‘투명하게’ 무언가를 보여주지만, 동시에 물리적 저항감을 주는 것이다.

2. “자기-본질에 대한 가리킴”이란?

단순히 말해서 이건 회화가 “나는 나 자신이야!”라고 말하는 상태이다. 다시 말해, “나는 창문이 아니고, 그냥 납작한 평면 위의 물감일 뿐이야.”라는 고백인 셈이다. 이런 식으로 자기 자신을 지목하거나 가리키는 행위를 비평가들은 "특정성(specificity)"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그리고 이것이 발전해서 "매체 특정성(medium specificity)"이라는 개념이 된다.

3. 매체 특정성이란?

“그 예술은 그 매체의 본질을 가장 잘 드러내야 한다.” 예를 들어 시는 언어로, 음악은 소리로, 회화는 평면과 색채로 자기 본연의 방식을 사용해서 말해야 한다는 것이다. 이 개념을 "클레멘트 그린버그(Clement Greenberg)"라는 비평가가 널리 퍼뜨렸다. 모더니즘 미술에서 굉장히 중요한 이론이다.

4. 재귀적 구조(recursive structure)란?

맥락에 따라 조금씩 다르지만 예술에 있어서 재귀(recursive)란 “예술은 자기 자신의 구조를 설명하는 방식으로 스스로를 만든다.”는 의미이다. 예를 들어 회화가 자기 안의 색채가 어떻게 구성되어 있는지를 다시 그 색채를 통해 보여주는 것이다. 이건 마치 시가 자기 운율이 어떤 식으로 작동하는지를 시적인 리듬을 통해 설명하는 것과 같다.

5. 마치며

이런 이론은 예술이 뭔가를 ’재현(그려내는 것)’만 하는 게 아니라, 그 ‘재현’ 자체를 질문하고 드러내는 장(field)이 되었다는 걸 의미한다. 다시 말해, 그림이 풍경을 그리는 척하지만 사실은 ‘내가 어떻게 그림이 되는가’를 보여주는 장치라는 것이다.

요약하면 이렇다. 니체는 회화가 “보이게 하면서도 저항하는”, 그런 복합적 성질을 “투명한 단단함”이라고 표현했다. 회화가 자기 자신을 가리키는 그 성질을 특정성이라 불렀고, 그게 발전해서 매체 특정성이라는 현대 비평 이론이 되었다. 이것은 예술이 자기 스스로를 설명하려는 시도, 즉 "자기-정의(self-definition)"를 하는 방식이라는 것이다. 그리고 모더니즘 미술은 이 자기-정의의 반복, 즉 재귀 구조(recursiveness) 안에서 진화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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