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작은 조용했다. 너무 조용해서 더 무서웠다.
2016년, 쿠바의 수도 아바나. 거기 주재 중이던 미국 외교관들 사이에서 이상한 일이 퍼지기 시작했다. 어느 날 갑자기, 귀가 윙윙, 머리가 띵~, 속이 울렁, 균형이 휘청. 누구는 쓰러졌고, 누구는 토했고, 누구는… 그 이후로 기억이 흐릿해졌다.
대사관 안에서 벌어지는 이 일들은 총소리도, 연기도, 침입 흔적도 없었다. 그런데 사람들은 병들고 있었다.
아바나 증후군이 뭐야?
사람들이 겪은 증상들을 모아 ‘아바나 증후군(Havana Syndrome)’이라고 부르기 시작했다. 정신이 멍해지고, 귀가 울리고, 심하면 뇌진탕 같은 증상까지. 그런데 이게 그냥 스트레스나 피로 때문이 아니었단 게 이상했다. 건강하던 사람들이, 같은 장소, 같은 시기, 비슷한 방식으로 고통을 겪고 있었다. 딱, 어떤 ‘무언가’에 노출된 것처럼 말이다.
도대체 왜 이런 일이?
처음엔 아무도 몰랐다. “혹시 그냥 과로? 음식 문제? 심리적 영향?” 하지만 비슷한 일이 중국, 러시아, 독일, 오스트리아, 미국 워싱턴 DC에서도 터졌을 때 사람들은 귀신에 홀린 듯, 이건 뭔가가 있다고 느꼈다. 특히 외교관, CIA 요원, 정보 관련 인물들에게 집중적으로 나타난다는 점이 의심을 샀다.
누가 이걸 설명했어?
아바나 증후군 이론은 명확히 ‘누가 만들었다’고 하기 어렵다. 왜냐하면 이건 하나의 질병이 아니라 여러 가지 증상이 얽힌 미스터리한 사건이기 때문이다. 다만, 학자들과 과학자들, 미국 정보국까지 달라붙어 가설들을 내놨다.
보이지 않는 음파가 뇌를 자극했을 거라는 초음파 공격 가설, 마이크로웨이브(극초단파) 무기설로 무선주파수가 뇌에 손상을 입혔다는 주장, 심리적 집단 반응으로 극도의 스트레스 상황에서 뇌가 만들어낸 일종의 ‘공포 집단 환각’ 일 가능성. 그리고 2021년 미국 CIA 보고서는 일부 사건은 외부 공격과 무관하다고 발표했지만, 아직도 의문은 풀리지 않았다.
이런 증상이 일상에서도 생길 수 있을까?
어느 날, 수업 시간. 갑자기 머리가 띵, 귀가 멍, 칠판 글씨가 흔들리고, 옆 친구 말소리가 웅웅거린다. 창문 밖 공사장에서 들려오는 ‘끼익~’ 소리, 전자제품이 내는 ‘지이이잉’ 울림이 갑자기 커진 듯 느껴진다. 누가 때린 것도 아닌데 속이 메슥거리고, 중심이 휘청~. 그럴 땐 단순한 피로나 스트레스일 수도 있지만, 어쩌면 우리 주변에도 ‘보이지 않는 자극’이 있을지 모른다.
‘보이지 않는 자극’이 뭘까?
소리, 빛, 주파수, 전자파… 우리가 느끼지 못하는 자극이 뇌를 자극하면, 사람은 귀를 막고 싶고, 머리를 감싸고, 도망치고 싶어진다. 그게 심해지면 몸이 병든 것처럼 반응할 수도 있다. 아바나 증후군이 정말 그런 물리적인 자극 때문인지는 아직 미지수지만, ‘감각의 공격’이라는 개념은 분명히 존재한다.
그리고 그걸 우리가 인식하지 못하는 채로 당할 수도 있다는 사실이 더 소름 끼치는 점이다.
보이지 않아도 존재하는 것들
우리는 눈에 보이는 것만 믿는 시대에 살고 있다. 하지만 아바나 증후군은 “보이지 않아도, 존재하는 것이 있다”는 걸 믿게 만든다. 소리 없는 총알, 냄새 없는 공격, 설명할 수 없는 고통이 누군가의 뇌를 살금살금, 톡톡 건드린다. 그리고 그들은 말했다. “그냥… 뭔가 이상해요. 설명할 수가 없어요.”
이 불편한 침묵 속에서, 진실은 아직도 슥슥, 어딘가에서 미끄러지고 있을지도 모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