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 요하나 헤드바 (Johanna Hedva)
그녀를 설명하는 일은 어쩌면 창밖의 안개를 설명하는 일과 비슷할지 모른다. 손에 잡히지 않지만, 분명히 살결을 적시는 것들. 그녀는 한국계 미국인이고, 예술가이며, 점성술사이고, 무엇보다 '아픈 여자'이다. 헤드바는 1984년 로스앤젤레스에서 태어났다. 햇볕이 너무 강해 모든 것이 평평해 보이는 도시.
그녀의 아버지는 백인이었고 어머니는 한국인이었다. 하지만 이 문장만으로는 그녀의 배경을 다 설명할 수 없다. 그녀의 가족사는 마치 겹겹이 쌓인 퇴적층 같다. 그녀의 할머니는 한국 무속 신앙에 깊이 닿아 있던 분이었다. 사회학에서는 이를 '문화적 자본'이라 부르지만, 일상의 언어로 말하자면 그것은 '신비한 기운이 흐르는 부엌' 같은 것이다.
된장찌개 냄새와 향나무 타는 냄새가 섞인 집안 분위기 속에서 헤드바는 자랐다고 알려져 있다. 서구의 합리주의가 설명하지 못하는 영역이 있다는 것을, 그녀는 교과서를 배우기 전에 이미 몸으로 익혔다. 혼혈이라는 정체성은 유목민의 운명을 타고나게 한다. 어디에도 온전히 속하지 못한다는 것은, 반대로 어디로든 갈 수 있다는 뜻이기도 하다.
그녀의 예술이 미술과 문학, 음악과 웹을 자유롭게 오가는 이유는 그 태생적 모호함에 뿌리를 두고 있다.
2. 침대라는 세계: '아픈 몸'이 던지는 질문
헤드바를 세상에 알린 가장 중요한 사건은 그녀의 '몸'이었다. 그녀는 만성 질환을 앓고 있다. 현대 의학은 그것에 몇 가지 병명을 붙여주었지만, 그녀에게 그것은 이름표가 아니라 일상이었다. 우리는 흔히 '건강한 몸'을 정상이라 생각한다. 아침에 일어나 출근을 하고, 지하철 계단을 오르고, 퇴직금을 위해 야근을 하는 몸.
하지만 헤드바는 묻는다. "침대 밖으로 나갈 수 없는 사람에게 이 세상은 정의로운가?" 그녀가 2016년에 발표한 에세이 **『아픈 여자 이론(Sick Woman Theory)』**은 여기서 시작된다. 그녀는 '수행성'이라는 어려운 단어 대신 '누워 있음'을 이야기한다. 사회학적으로 수행성은 어떤 행위를 통해 정체성을 만드는 것을 뜻한다.
헤드바에게는 침대에 누워 고통을 견디는 그 자체가 하나의 예술적 저항이자 수행이었다. 만약 당신이 지독한 독감에 걸려 사흘째 누워 있다고 치자. 창밖으로는 사람들이 바삐 움직이고 세상은 아무 일 없다는 듯 돌아간다. 그때 당신은 소외감을 느낀다. "나는 쓸모없는 존재인가?" 헤드바는 단호하게 "아니"라고 말한다.
누워 있는 당신의 몸 자체가 이 자본주의적 속도에 브레이크를 거는 강력한 정치적 행위라는 것이다.
3. 글쓰기라는 구원: 『지옥에서(On Hell)』
헤드바의 문장은 날카로우면서도 투명하다. 그녀의 소설 **『지옥에서(On Hell)』**를 읽다 보면, 마치 아주 예리한 종이에 손을 베인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처음엔 베인 줄도 모르다가 뒤늦게 피가 배어 나오는 것을 보고서야 통증을 느끼는 그런 문장들이다. 그녀는 책에서 신체와 영혼, 그리고 우리가 '자아'라고 믿는 것들이 어떻게 무너지는지를 묘사한다.
'구조주의'적 관점에서 보자면, 인간은 독립된 주체가 아니라 사회적 관계와 언어의 그물망 속에 갇힌 존재다. 하지만 헤드바는 이 차가운 이론을 다른 감각으로 풀어낸다. 그녀의 글 속에서 몸은 더 이상 고정된 물질이 아니다. 그것은 소리이기도 하고, 빛이기도 하며, 때로는 웹사이트의 코드이기도 하다.
그녀는 텍스트를 통해 독자들에게 속삭인다. "당신의 고통은 당신만의 것이 아니다. 그것은 우리가 공유하는 거대한 지도의 일부다."
4. 별을 읽는 마음: 과학과 미신 사이의 위로
흥미로운 점은 그녀가 전문적인 점성술사로도 활동한다는 사실이다. 사람들은 의학적 정보나 객관적 사실을 갈구하지만, 정작 마음이 무너졌을 때는 하늘의 별자리를 본다. 그녀는 의학적 지식만큼이나 별의 궤적에 해박하다. 이것은 모순이 아니다. 몸이 아플 때 우리는 병원을 찾지만(의학), '왜 하필이면 나인가?'라는 질문에 답을 얻고 싶을 땐 신화와 별을 찾는다(예술).
헤드바는 그 양극단을 오가는 가교 역할을 한다. 그녀에게 점성술은 미신이 아니라, 타인의 고통을 경청하는 하나의 방식이다. 누군가의 생년월일을 묻고 별자리를 읽어주는 행위는, 마치 현대미술가가 퍼포먼스를 하듯 상대방의 삶 속으로 깊숙이 걸어 들어가는 일이다.
5. 우리 모두는 어딘가 아픈 존재들
우리는 모두 각자의 침대를 하나씩 품고 산다. 그것은 실제 질병일 수도 있고, 지독한 외로움일 수도 있으며, 실패한 사랑의 기억일 수도 있다. 헤드바는 우리에게 '건강해지라'고 강요하지 않는다. 대신 '아픈 채로 함께 있자'라고 손을 내민다. 이것이 바로 그녀가 지향하는 새로운 담론의 핵심이다. 승리하고 극복하는 영웅의 서사가 아니라, 서로의 약함을 확인하며 천천히 걷는 이들의 연대.
한국계 미국인이라는 경계인으로 살며, 아픈 몸을 예술의 무대로 끌어올린 요하나 헤드바. 그녀의 삶과 예술은 우리에게 묻는다. 당신은 당신의 약함을 사랑할 준비가 되었는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