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퀴어 오브 컬러(Queer of Color)
“퀴어 오브 컬러(Queer of Color)”는 단순히 ‘퀴어이고 유색인’이라는 뜻을 넘어, 성적 정체성과 인종 정체성이 분리될 수 없는 방식으로 얽혀 있는 존재 방식, 또는 그 얽힘에서 파생되는 정치·문화·감각의 실천들을 의미한다. 이 개념은 특히 1990년대 이후 미국 문화 비평과 퀴어 이론에서 중요하게 발전했고, 주류 퀴어 담론의 백인 중심성에 대한 비판으로부터 출발했다.
“퀴어”는 이성애 규범이나 젠더 이분법에 저항하는 성적·성별 정체성 등을 뜻한다. “오브 컬러”는 비백인 인종 집단—흑인, 아시아계, 라틴계, 원주민 등을 가리킨다. 이 둘의 결합은 곧 단일한 정체성으로 환원될 수 없는 교차성(intersectionality)의 실천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흑인 레즈비언 여성이 겪는 차별은 단순히 ‘퀴어 차별 + 인종차별’이 아니라, 그 교차점에서만 발생하는 고유한 경험이 있다는 것이다. 퀴어 오브 컬러는 이런 복합적인 정체성의 감각과 그 정치성에 주목한다.
2. 이론가와 사상가들
호세 에스티반 무뇨즈 (José Esteban Muñoz)는《Disidentifications》,《Cruising Utopia》에서 “퀴어 오브 컬러의 퍼포먼스와 미학은, 주류에서 배제된 존재 방식의 미래를 상상한다”라고 주장했다. 래일린 포스터( Roderick A. Ferguson )의 경우 《Aberrations in Black》에서 ‘퀴어 오브 컬러 비평’을 체계화했으며 인종, 젠더, 섹슈얼리티, 계급의 교차가 자본주의 질서 속에서 어떻게 억압되는지 분석했다. 자스민 사리트 라자( Jasbir Puar )는 ‘호모내셔널리즘’이라는 개념을 통해, 퀴어도 국가는 차별한다고 지적했다.
3. 예술·문화에서의 실천
댄스 음악과 레이브 씬에서 퀴어 오브 컬러는 단순한 참여자가 아니라, 역사적 창조자였다. 디스코에서는 라틴계와 흑인 퀴어 남성이 하우스 음악에서는 시카고, 디트로이트의 흑인 게이 DJ들이 존재 했고, 보깅 문화의 경우 흑인과 라틴계 트랜스젠더 여성들이 중심이 되었다.
영화, 문학, 공연예술에서도 이들은 주류 백인 퀴어 담론을 전복하며, ‘다른 미래’를 상상하는 감각적 전략을 실천한다.
4. 왜 중요할까?
퀴어 오브 컬러 담론은 단지 ‘소수자를 포용하자’는 말이 아니다. 이 담론은 지배 담론 자체를 해체하고, 감각과 연대, 세계-만들기의 방식 자체를 바꾸자는 제안이다. 특히 예술과 문화 현장에서, 이들의 언어는 해방의 실험실, 미래적 상상력의 무기가 된다. 이 담론은 한국 사회나 문학, 예술, 클럽 문화와도 무관하지 않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