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너와 나
"너와 나"는 조현철 감독의 첫 장편 영화다. 이 영화는 고등학생 시절의 생생한 하루를 통해 서로에게 전하고 싶었지만 끝내 전하지 못한 마음들과 사회적 상처를 은유적으로 품고 있다. 감독은 사회적 사건과 개인적인 경험이 남긴 질문들로부터 이 이야기를 시작했다고 한다.
2. 줄거리
세미와 하은은 수학여행을 하루 앞두고 서로에게 전하고 싶은 마음이 있지만, 말하지 못한 상태다. 세미는 낮잠을 자다가 불길을 꿈을 꾸고 깨어난다. 하은은 자전거 사고로 다리를 다쳤고 세미는 그런 하은을 찾아가려 한다. 그 과정에서 두 사람 사이의 관계와 말과 침묵 등 꿈결 같은 환상적인 하루가 펼쳐진다.
이 영화의 줄거리는 단순히 요약할 수 없다. 꿈과 기억 혹은 환상 같은 요소들이 흩어져 있고, 현실과 몽환이 혼합되는 방식으로 장면들이 이어진다.
3. 세미의 마음
세미는 마음속 불안과 불길한 꿈에 대한 예감 그리고 말하지 못한 감정들을 안고 있다. 하은을 대하는 태도가 조심스럽고 서툴지만, 그만큼 진실하다. 세미는 내면의 대상관계에서 상실과 예감에 민감한 인물이다. 타인이 아픈 가운데 자신이 무엇을 말하고 할 수 있는가, 자신이 무엇을 잃어가고 있는가를 미묘하게 감지하며 관계의 언어와 침묵의 간극에서 서성인다.
영화 속 친구들과 교실 분위기, 수학여행 준비, 병원, 꿈 등 이 모든 것은 세미와 하은 사이에 자리한 감정의 풍경이다. 특히 수학여행 전날이라는 시간 설정은 기대와 불안의 경계선이라는 긴장을 유발한다.
4. 마치며
우리는 이제 직접 마주 앉아 서로 눈을 보고 대화하기보다는 SNS나 메신저 등을 통해 소통한다. 마주 하고 말하는 것은 어쩐지 두렵다. 이 영화는 그 말 없는 말들을 어떻게 감당할 것인가를 묻는다. 폭발적인 서사나 화려한 볼거리를 약속하진 않지만, 조용하고도 확실히 마음을 흔드는 영화다.
감독은 세월호와 친구를 잃은 이들의 기억을 단순한 배경으로 쓰지 않는다. 이것은 우리 모두가 품고 있는 상처이고, 기억해야 할 시간이며 잊히지 않아야 할 감정이다. 이러한 사회적 아픔 속에서 어떻게 기억하고 어떻게 말하고, 어떻게 살아가야 할 것인가를 은유적으로 보여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