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을 괴롭히며 즐거워하는 사람들 – 사디즘의 맨얼굴
점심시간, 아이들은 웃고 떠든다. 그중 한 아이, B는 조용히 밥을 먹는 아이 A를 툭, 건든다. “야~ 왜 그렇게 조용해? 귀엽네~” 말투는 장난처럼, 얼굴엔 웃음이 있지만… 이상하게 기분이 나쁘다. A의 표정이 굳어가자 B는 더 신났다. “어우, 너 진짜 재밌다~”
바로 이 장면. 겉으론 ‘친근한 장난’, 속으론 ‘상대가 불편해하는 걸 즐기는 마음’. 이게 바로 사디즘의 씨앗이다.
사디즘? 누가 만든 말일까?
사디즘(Sadism)이란, 다른 사람에게 고통을 주며 쾌감을 느끼는 심리 상태를 말한다. 이 단어는 '마르키 드 사드(Marquis de Sade)'라는 18세기 프랑스 귀족의 이름에서 따온 말이다. 이 사드는 “고통을 주는 것 자체에 즐거움이 있다”는 식의 글을 쓰며 큰 논란을 일으켰다. 무섭게 들릴 수도 있겠지만, 사실 사디즘은 누구나 조금은 갖고 있는 감정일 수도 있다.
사디즘은 꼭 때리거나 괴롭히는 걸까?
사디즘은 물리적 폭력만이 전부가 아니다. 오히려 말 한마디, 표정 하나, 은근한 무시, 상대를 곤란하게 만드는 상황을 일부러 연출하는 것… 이런 게 더 일상적이다. 예를 들어, 일부러 친구의 실수를 들춰내고 놀리는 아이, 사람 많은 데서 누군가를 망신 주며 웃는 사람, 또는 상대가 화내는 걸 보며 은근히 즐기는 직장 상사.
“그냥 장난이지~”라고 말하지만, 그 속엔 ‘권력을 가진 듯한 느낌’, ‘내가 위에 있는 듯한 쾌감’이 숨어 있다. 그 기분을 “킥, 킥” 속으로 웃으며 즐기고 있는 것이다.
사디즘은 왜 생길까?
심리학자들은 사디즘은 단순히 성격이 이상해서 생기는 게 아니라, 어린 시절부터 형성된 감정 처리 방식이라고 말한다. 예를 들어 자신이 무시당했던 경험, 억눌린 분노, 자기를 표현할 방법이 없었던 상황 등 이런 것들이 쌓이면, 어떤 사람은 자기를 보호하려고, 어떤 사람은 누구라도 밟고 올라가려고 사디즘적인 태도를 갖게 된다고 한다.
그러니까, 사디즘은 단순히 “나쁜 사람”을 가리키는 말이 아니라, 자기 안의 약함을 숨기기 위해 ‘강한 척’을 하는 방식일 수도 있다는 것이다.
일상 속 사디즘, 어떻게 구별할 수 있을까?
상대가 당황하거나 괴로워할 때 유독 활짝 웃는 사람, 혼자 있을 땐 조용한데, 누굴 괴롭힐 땐 자신감이 넘치는 사람, 피해자의 감정을 별로 신경 쓰지 않는 태도 등 이런 모습이 반복된다면, 그 사람 안엔 작든 크든 사디즘 성향이 있는 것이다. 그리고 중요한 건, 우리 자신도 누군가를 대할 때 무의식적으로 그런 태도를 보일 수 있다는 점이다.
사디즘에 대처하는 법 – 당하지도, 닮지도 말기
사디즘적인 사람 앞에 서면 우리는 종종 작아지고, 말이 줄고, 속으로만 욱한다. 하지만 그럴수록 그들은 더 세진다. 그러니까, 무시하지도 말고, 싸우지도 말고, 딱 잘라 말해야 한다. “그 말, 나 기분 나빠.” “지금 그건 장난 아니야.” “웃기지 않아. 그만해.”
이건 약해 보이는 게 아니라, 자기감정을 지킬 줄 아는 힘이다.
나도 때로는 사디즘적일 수 있다
그래, 솔직히 말하자. 우리도 누군가를 무시한 적, 괴롭히고 싶은 충동을 느낀 적, 있지 않나? 시험 잘 본 날, 못 본 친구를 보며 괜히 우쭐해지는 마음. “얘 왜 이래~” 하며 친구의 실수를 애써 되새기는 장면. 그런 순간마다 ‘슥’, ‘슬쩍’, 사디즘의 그림자가 다가왔던 것이다.
사디즘은 화려하지 않다. 조용하고 은근하고, 때로는 친절한 척하며 다가온다. 하지만 그 웃음 뒤에 누군가의 작은 눈물, 서러운 침묵, 굳은 어깨가 있다면 그건 그냥 ‘장난’이 아니다. 사디즘은 우리 사회, 교실, 집안, 길거리 어디에나 있다. “지금 이 사람이 나를 괴롭히고 있는 건 아닐까?” 그리고 “혹시 나도 누군가에게 그런 사람이 되고 있진 않을까?”
이렇게 스스로를 돌아보는 것이 사디즘을 멈추는 첫걸음이 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