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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태 소설, 두 사람의 인터내셔널

by Godot82 2025. 2.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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두 사람의 인터내셔널
두 사람의 인터내셔널

 

1. 두 사람의 인터내셔널

출간 직후부터 화제가 되었던 책을 이제야 읽게 되었다. 도서관에서 대출을 하려고 했지만, 늘 예약자가 있어서 빌릴 수가 없었다. 그래서 결국, 구매하게 되었다. 2024년 5월에 출간된 책인데 2025년 현재까지도 계속 예약자가 많은 걸 보면 인기가 식지 않은 것 같다. <두 사람의 인터내셔널>은 김기태 작가의 첫 번째 단편소설집이다.

 

2. 작가

김기태 작가는 단편소설 <무겁고 높은>이 동아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되며 문단에 데뷔했다. 2024년에는 첫 번째 단편 소설집인 <두 사람의 인터내셔널>으로 55회 동인문학상을 수상했다. 1985년에 출생한 남성 작가이고, 직장 생활과 글쓰기를 병행하며 낮에는 일을 하고 퇴근 후에는 글을 쓴다고 한다. 퇴근 후면 허겁지겁 집으로 돌아와서 눕기 바쁜 나같이 평범한 사람이 보기에는 그저 대단할 뿐이다.

 

3. 아홉 개의 단편

<두 사람의 인터내셔널>은 아홉 개의 단편소설을 묶어 놓은 책이다. 첫 번째 소설인 <세상 모든 바다>로 시작해서 <롤링 선더 러브> <전조등> <두 사람의 인터내셔널> <보편 교양> <로나, 우리의 별> <태엽은 12와 1/2바퀴> <무겁고 높은> <팍스 아토미카> 순서로 실려있다. 제목만 보면 굉장히 독특한 내용일 것 같지만, 읽으면서 한편 한편이 굉장히 현실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문학 작품에서 익히 보았던 문제적이고 개성이 뚜렷한 인물들이 아닌 지극히 평범한 인물들이 등장하는 것도 새롭게 느껴졌다.

 

<롤링 선더 러브>의 경우 12 간지, 별자리, 혈액형, MBTI 등의 매우 현실적인 소재들이 등장한다. 심지어 휘성의 <사랑은 맛있다> 같은 대중가요도 나온다. <나는 솔로>를 연상할 수밖에 없게 만드는 <솔로농장>까지도 익숙하고 재미있다. 상황을 구구절절 설명하지 않아도 현시대가 날것 그대로 느껴진다.

 

소설집의 표제작인 <두 사람의 인터내셔널>을 읽으면서는 유노윤호가 무대에서 최강창민의 생일을 축하하는 21세기라는 표현을 보고 웃음이 났다. 진주와 니콜라이 캐릭터도 매력적이었다. 둘 다 출발은 엇비슷하게 가난했지만, 성인이 된 후에는 여러 지점이 달라져 버린 것도 인상적이었다. 둘의 관계 속에서 이 시대의 문제점들을 환기시키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로나, 우리의 별>과 <세상 모든 바다> 속에는 사랑하는 아이돌 그룹에게 열광하며 응원봉을 흔드는 지극히 평범한 팬이 나온다. 로나를 사랑하는 마음 하나로 여러 팬들이 모인다. 그런데 그 마음은 과연 하나일까? 정말 한마음으로 모두 뭉쳐있는 걸까? 읽으면서 의구심이 들게 만든다. 보편적이고 익숙한 이야기인 것 같은데 읽다 보면 새로운 질문이 하나 둘 떠오른다. 심지어 이야기가 재밌어서 거침없이 책장을 넘기게 된다.

 

소설집에 실린 단편 모두 특별한 묘사 없이도 지금 이 시대를 단번에 이해할 수 있게 해 준다. 누구나 한번 이상은 써봤을 각종 밈과 대중가요 그리고 TV 프로그램이 등장한다. 그보다 더 익숙한 건 등장하는 인물들이다. 앞서 언급한 밈과 대중가요 그리고 TV 프로그램을 즐겨 쓰고, 부르고, 보는 지금 이 시대를 사는 평범한 사람들과 전혀 다를 게 없다. 특별한 인물이 아닌 이 글을 쓰는 나 같은 평범한 이들이 화자로 등장한다. 물론, 그들이 등장하는 이야기는 전혀 평범하지 않다.

 

4. 마치며

이 책이 왜 이렇게 화제가 되고 있는지 궁금했는데 읽어보니 이해가 됐다. 내가 기존에 읽어왔던 소설들과는 좀 다른 느낌이었다. 보통 다른 소설들은 어느 정도 현실과의 거리감을 유지하는 것 같은데 <두 사람의 인터내셔널>은 지금 이 현실 자체를 보여주는 느낌이 든다. 현실에서 일상적으로 쓰기 때문에 자칫 가볍게 소비될 법한 SNS 문화나 인터넷 용어, 밈 같은 것을 적재적소에 써서 그런 것 같기도 하다.

 

언뜻 너무 평범하고 일상적으로 보이는 인물들이 등장하지만, 그들이 관계를 맺으며 벌어지는 이야기는 새로운 지점들을 생각할 수 있게 해 준다. 평범한 인물들이지만 단순하지는 않다. 보통의 인간이 그렇듯 한 인물의 여러 모순된 면들을 보여준다. 그래서 소설 속 인물들이 낯설지 않다. 원래 인생이란 게 평범해 보이는 사람들의 조금은 비범한 사건, 사고로 이루어진 게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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